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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Jan 22. 2024

너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뿌듯하고

정말 기억에 남고

깊이 감동했던 순간들은

아마도 너의 처음을 함께한 순간들인 것 같다


처음 뒤집은 날

처음 이유식 먹은 날

처음 기어 다니게 된 날

처음 "엄마"하고 나를 부른 날

처음 아장아장 나를 향해 걸어온 날

처음 어린이 집에 간 날

처음 하얀 눈을 맞은 날

처음 소풍 간 날 

처음 학예회를 한 날


무지무지 많은 그 수많은 너의 처음을

내가 다 지켜봤다는 거

내가 다 기억한다는 거

내가 다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거


이게 내가 엄마가 된 후 누리게 된 아주 큰 행복이다.

그리고 이건 엄마가 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너는 어느 순간 이 모든 것들을 잊거나 희미해져 거의 기억을 못 하겠지.

아이가 큰다는 것은 어쩌면 엄마한테는 아릿하고 씁쓸한 순간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아이의 매일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2493일,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1047일.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오늘의 이쁨이 듬뿍 담긴 한 장을 골라 따로 앨범을 만들어 차곡차곡 모아둔다. 

두 아이 모두 태어난 지 천일까지는 매일 골라 둔 천 장의 사진을 인화하여 앨범으로 만들어 놨다.

그리고 천일 이후에는 1년 단위로 책을 만들어놨다.


첫째 아이 100일~1000일 / 둘째 아이 100일~1000일


100일마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 모아봤더니 

아이가 어떻게 컸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매일매일 볼 때는 커가는지 잘 모르겠다가

이렇게 사진을 들춰보면 아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금방 컸구나 느끼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뭉클해진다.


아이는 정말 빨리 자란다. 그래서 맨날맨날 전쟁통처럼 시끌벅적한 하루를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가도

어떻게든 짬을 내어 아이를 한 번 꽉 끌어안는다. 볼을 비비고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내 남은 사랑을 다 끌어모아다가 듬뿍듬뿍 사랑을 주고 싶다. 

매일매일 그 사랑을 받아 어여쁘게 바르게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게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


이제 첫째 아이가 곧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다가오는 너의 또 다른 처음들이 기대가 된다.

너의 처음을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다.



오늘의 수다거리

기억에 남는 아이의 처음 순간,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아이의 처음을 함께 한 순간 어떤 감정이었나요?

앞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처음은 어떤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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