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Jan 29. 2024

미운 4살 아이와 외출

영혼을 탈탈 털리는 일

전쟁의 서막은 옷 입히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안 입어

안 입으면 밖에 못 나가

엉엉~나갈래 나가고 싶어

그러면 옷을 입어야지

안 입어"

의 도돌이표 말싸움에서 회유와 협박을 오가며 우는 아이에게 옷을 구겨 넣는다.


이 신발을 신겠다. 내가 신겠다. 

이 모자를 쓰겠다. 내가 쓰겠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가겠다. 아니면 킥보드를 타고 가겠다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의 작고 작은 실랑이들은 그냥 잔챙이들. 그냥 그러려니 넘어간다


엘리베이터 버튼이란 버튼은 일단 자기가 누르고 봐야 한다. (비상버튼만 안 누른다면 그걸로 감사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라도 하면 높이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엘리베이터 그 작은 공간을 삥삥 돌고 돈다

문이 열리기 전 문에 기대고 선다. 혹은 문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본다.

문에 대고 "열려라 참깨" 하는 날은 아주아주 양호한 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냅다 질주를 시작한다

주차장이라고 뛰면 안 된다고 나는 소리소리를 지르지만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질 뿐

내 아이 귓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절대 없다


이제 차를 타야 한다

카시트에 자기 스스로 올라가느냐 엄마가 안아 올려주느냐 

아님 반반으로 자기가 올라가고 마지막에만 엄마가 도와주느냐 등등 

온갖 옵션 중에 오늘은 어떤 것인지 잽싸게 눈치채야 한다.

안 그러면 카시트에 올라타기도 전에 눈물 한 바가지 일단 쏟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차를 타기도 전에 지쳤다.

운전할 기력이 없지만

마음을 다잡고 온몸에 기운이란 기운은 다 쓸어 모아다가

외출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 아직 외출은 시작도 안 했다.


참고로 이 아이랑 나갈 때 나가는 타이밍은 낮잠 잘 시간과 겹치면 안 된다.

졸릴 때 내는 짜증은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 것이기에 이것만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나갈 준비에 있어 하나하나 그 어느 것도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맞추기란 여간 쉽지 않다.


밖에 나가서 

아이가 땅바닥에 드러누워 울지 않고

옆에 있는 누군가를 때리지 않고

무언가를 대판 쏟거나 엎어서 피해를 일으키지 않으면

그날 외출은 성공한 외출이었다 생각 든다.


공공장소에서 냅다 소리 질러 주변에 고개 숙여 여러 번 사과하는 것은 다반사고

사람 많은 곳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아 볼일도 못 보고 그냥 애를 둘러업고 밖으로 나와버리기 일쑤다

포크며 수저며 접시며 그리고 음식까지 바닥에 하도 떨어뜨려 식당에서 나오기 전에는 

으레 껏 바닥청소를 하고 나온다. 


사이사이 뛰면 안 된다 조용히 해야 한다 떨어뜨리면 안 된다 등등 온갖 주의를 단단히 주고 

내가 하겠다 엄마가 해줘라 번복하며 심술부리는 것도 화내지 않고 받아줘야 한다.


진짜 길게도 외출 안 하고 딱 몇 시간인데

외출하고 돌아오면 목이 쉬고 기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그냥 뻗어버려 한숨 자야 할 것 같은데

애들 씻겨 옷 갈아입히고 나갔다 온 가방이며 옷이며 정리하고 저녁까지 차려야 한다.


아...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 고단함과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 같다.

4살 아이와의 외출, 정령 나만 힘든 것인가ㅜ



오늘의 수다거리

외출할 때 빨리 준비하는 노하우 있으세요?

아이와 외출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고 힘드세요?

밖에 나가서 아이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전 12화 너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