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Mar 29. 2024

지키지 못한 약속

약속을 하는 이유

선유는 뽀로로를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책가방도 뽀로로 책가방, 신발도 뽀로로 신발, 옷도 뽀로로 옷, 온통 뽀로로 천지지요.

그것도 모자라서 선유는 뽀로로 인형만 보이면 사달라고 떼를 쓰는데

그것 때문에 요새 엄마 아빠는 고민이 커요.

오늘도 그랬어요. 장 보러 마트에 갔는데 선유가 뽀로로 인형을 발견한 거예요.

"엄마~~~~~나 뽀로로 뽀로로~~~~~~~~"

"이선유~ 집에 뽀로로 인형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집에 있는 거잖아!"

"엄마~~~~~한 번만 한 번만요~~~~"

선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엄마 옷을 잡고 뽀로로 인형 앞에서 꼼짝을 안 했어요.

"선유 그럼 이번 딱 한 번 만이야 다음부터 이렇게 떼쓰면 엄마 정말 안 사줘~"

"네네!!!!!"

"엄마랑 약속해~"

선유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유는 또 떼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빠~~~~ 뽀로로 시계 사주세요. 애들도 다 차고 다닌단 말이에요. 저만 없어요~"

"선유 시계 지난번에 사줬는데 안 차고 다니던데~"

"이번에 사주시면 맨날 맨날 차고 다닐게요~정말이에요~

엄마는 진짜 안 사준단 말이에요 아빠가 이번에 한 번만 사주시면 안 돼요? 네~~~~?"

선유는 하루 종일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뽀로로 시계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어요.

"선유야~ 지금 있는 것도 멀쩡한데 또 다른 걸 사는 건 낭비야.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참을 줄 알아야지~"

"아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 정말 다시는 사달라고 안 할게요. 

뽀로로 시계 사주시면 정말 정말 정말 아빠 말 잘 들을게요~약속해요~"

선유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또 약속했어요.


그렇지만 뽀로로 시계는 선유에게 곧 내팽개쳐져서 찬밥신세가 되었지요.

선유 친구들 사이에서는 뽀로로 시계보다 더 인기 있는 게 생겨났거든요. 그건 바로 뽀로로 모자였어요.

선유는 뽀로로 모자가 너무 갖고 싶어서 

엄마 아빠랑 한 약속은 새카맣게 잊고 또 떼를 쓰기 시작했어요.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는 큰 소리로 울었어요.

"뽀로로 모자아~~~~~~~앙"

엄마는 울고 있는 선유를 일으켜서 말했어요.

"선유~엄마가 뽀로로 모자 사줄 거야"

"정말요 엄마?"

"대신 약속해 다음번에 또 뽀로로 제품 사달라고 조르면

지금까지 사준 뽀로로 제품 엄마가 다 압수해서 버릴 거야. 

그리고 다시는 선유가 사달라는 거 아무리 졸라도 안 사줄 거야"

뽀로로 모자를 갖기 위해서라면야 어떤 것이라도 약속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선유는 쉽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선유는 엄마랑 했던 약속을 잊고 이번엔 뽀로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엄마는 말없이 선유 방에 가서 선유의 뽀로로 제품을 모두 모으기 시작했어요.

"엄마 그건 제가 제일 아끼는 거예요~아까워서 쓰지도 않았는데~"

"엄마~~ 돌려주세요~제 거란 말이에요"

"아앙~~~ 내 뽀로로 흑흑흑"

엄마는 선유 울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어요.

"약속대로 엄마는 다 압수한 거야. 새 제품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이건 모두 고아원에 기부할 거야"

엄마는 정말로 선유의 뽀로로 제품을 모두 갖고 나갔어요.

선유에게 남은 뽀로로 제품은 이제 단 하나도 없었어요.


풀이 죽은 선유에게 아빠가 말했어요.

"선유야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는 거야~ 

간혹 가다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지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란다"

이전 21화 도토리 친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