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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May 24. 2024

가지 않은 길

걱정하지 마세요. 길을 잃기 밖에 더하겠어요.

도현이네 학교 가는 길에는 자그마한 산이 있어요.

그 산을 가로질러 가면 빨리 학교에 갈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학교 갈 때 그 길을 절대 이용하지 못하게 해요.

대신 산을 빙 둘러 걸어가는 길로 가라고 하세요.


도현이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둘러 가는 길을 가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도 부모님도 걱정하시니까 늘 산을 빙 둘러 가는 길로 학교에 갔어요.


그러다 어느 날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무도 없는 걸 발견했어요.

보통은 산으로 가는 길로 가지 못하게 지도해 주시는 어른들이 등굣길에 항상 서 계셨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도 없는 거예요.


도현이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오늘이 바로 산 길로 학교에 가볼 수 있는 날이라고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얼른 산 길로 들어섰어요.

마치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 것 같아

살짝 마음이 들뜨고 설렜어요.


한 번도 이 길로 학교에 간 적이 없어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잘은 몰랐지만

사람들이 많이 걸어간 쪽으로 길이 나 있었고

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되겠지 하고

천천히 걸어갔어요.


바람도 솔솔 불고

새소리도 나고

기분이 좋았어요.


조금 걷다 보니 갈림길이 보였어요.

어떤 쪽으로 갈까 살짝 고민이 됐어요.

한쪽은 발자국이 많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같았어요 

다른 한쪽은 나무가 우거지고 좀 한적해 보이는 길이었어요.


도현이는 한적해 보이는 길을 선택했어요.

남들이 다 가는 그런 길 말고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싶었거든요.

걷다 보니 따로 길이라는 게 없었졌어요. 여기저기 나무가 있고 나뭇잎들이 많아 산속에 풍덩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이러다가 무서운 동물이 나오는 거 아니야? 늑대? 뱀? 

어.. 어... 독사가 있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면 걱정할수록 겁이 더 났고

아까 갈림길에서 그냥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갈걸 후회가 됐어요.


그런데 갑자기 왼쪽 바위 뒤 쪽에서 스스슥 소리가 나더니

뭔가 튀어나오는 거예요.

도현이는 깜짝 놀라 '아~악' 소리를 지르고 뒤로 넘어졌어요.


자세히 보니 청설모였어요.

청설모는 입에 도토리를 담기도 하고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저 혼자 바삐 움직였어요.

'정말 귀엽다. 책에서는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 오랫동안 청설모를 본 적은 처음인 거 같아'


무서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재미있어졌어요.

또 어떤 동물을 만날지 살짝 기대도 됐고요.


이게 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색다른 길을 선택한 덕분이라고 여겨졌어요.


가는 길에 줄지어 열심히 기어가는 개미도 보고 거미줄을 치는 거미도 보고

꿀을 빨고 있는 벌이랑 나비도 보고

학교 가는 길이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

도현이는 산속에 있는 것이 좋았어요.


한 참을 걸으니 다리가 아팠어요.

도현이는 나무에 기대고 앉아 조금 쉬었어요.

바람이 살랑이고 졸음이 밀려왔어요.

도현이는 잠이 스르륵 들었고

학교를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어요.


이토록 편안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현이와는 다르게

선생님과 부모님은 학교에 오지 않고 사라져 버린 도현이를 계속 찾으며 걱정하고 계셨어요.


강렬한 햇빛이 도현이의 눈가에 닿자

도현이는 눈을 떴어요.

'어우, 눈부셔. 도대체 얼마나 잔 거지? 지금 몇 시쯤 됐을까'


도현이는 배가 고팠어요. 먹을 것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먹을 만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계속 주변을 살피며 걷다 보니 보라색 열매가 열린 나무를 발견했어요. 

'아주 작은 포도처럼 생겼네'


입에 넣어 먹어보니 포도처럼 달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을만했어요.

도현이는 껑충껑충 뛰어올라 보라색 열매를 따서 먹었어요.

배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따서 먹다 보니 허기진 것은 사라졌지요.

'아침에 엄마가 주신 밥 다 먹고 올걸.'


배고플 때마다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시고 끼니마다 도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식사를 챙겨주신 엄마가 생각났어요.


'아 맞다!! 학교 가는 길이었지? 엄마가 걱정하시겠는 걸?'

도현이는 이제야 학교 가던 길이었단 걸 기억해 냈어요.


마음이 급해졌어요.

'어디로 가야 학교로 갈 수 있지?'

도현이는 도통 학교 가는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어요.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이제 더 이상 학교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감도 없어지고 말았어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생겼어요.

조급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어요.


재미있게 껑충껑충 뛰며 열매를 따 먹고 동물 친구들을 발견하며 재미있게 지낸 이 숲이

갑자기 낯설고 무서웠어요.

'이러다 이곳을 못 빠져나가면 어쩌지?'


걱정은 두려움을 키울 뿐이었어요.

이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도현이는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아아앙~~~ 엄마~~~~'

크게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던 도현이의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었어요.

한참을 크게 울고 나니 도현이는 좀 괜찮아졌어요.


'그래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잖아.'

도현이는 힘을 내보기로 했어요. 다시 걸어보자고요.

이 길이 저 길 같고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 같았지만

그저 묵묵히 걸었어요.

'언젠가는 학교가 나오겠지'


그냥 믿어보기로 했어요. 이렇게 걷다보면 이 길 끝에 학교가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참을 걷다 보니 저 끝에 학교가 보였어요.

'와~ 학교다!!!'

도현이는 기뻤어요.


아주 한참을 늦었지요. 이미 점심시간도 지났고 학교는 수업이 거의 끝나갈 참이었어요.

그래도 도착했잖아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산 길이 결국은 더더욱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도현이는 산 길로 들어 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어요.


비록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들었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토록 신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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