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선아 May 22. 2023

<딱궁이> 밀린 일기

입하(立夏)호, 셋째 주






* 시 *




밀린 일기



버스에 휴대폰 두고 내려서

아주 많이 늦을 것 같아

다음에 보자 말하려면

휴대폰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두고 내릴 수 없었다


여권도 없이 여행객이 되었다가

커피만 남김없이 마시고 돌아오면

일기를 밀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일기를 써야한다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 것들과

창틀에 고여 지내는 동안

입 속에 지우개 가루가 쌓이고

그러면

쓴 게 많은 걸까

지운 게 많은 걸까



이전 20화 <딱궁이> 이타적인 이기주의자 (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