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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Mar 21. 2024

계속된 탈락과 중지

4학년이 올라가자 국제상학을 듣게 되었는데, 그 수업에는 직장생활을 하다 입학한 거의 40대의 아재가 있었다. 그 분과 그가 아는 동생과 나는 팀활동을 하다 친해져서 여행 느낌으로 근교를 많이 다녔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중국 음식과 만두 같은 걸 먹고 오기도 했고 서울 인근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기도 했는데, 그건 남녀관계가 아니라 캐주얼한 느낌이어서 나도 부담 없이 같이 다녀오곤 했다. 지금은 연락되지 않지만,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연락이 끊어지게 된 게 아쉬울 뿐이다.


이제 취업준비를 해야 해서 미친 듯이 원서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당시 지원했던 곳은 공사, 은행, 대기업이었다. 처음에는 대기업을 100개 넘게 지원했는데 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졌다. 남들은 4학년에 미리 취업해서 여유롭게 학교를 다니는데, 내 지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시자 불안해져 갔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서 토익을 치고, 지원서를 내도 '귀하는 탈락되었습니다'라는 문구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자존감은 점점 추락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시 용돈이 필요해서 스타벅스에서 일을 했었는데, 남들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만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취업하지 못한 내 입장에선 모두 어떤 '적'을 지니고 생활하는 사람들로 보인 반면, 나는 동떨어진 행성같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배회하는 인공위성 같았다. 마침 일은 내가 커피를 사 먹던 입장과는 달리 너무 고됐고, 선배도 너무 공격적이었다. 일을 하며 생기는 실수를 지적할 때마다 나는 위축되어 갔고 그런 것들은 얼마 하지 못하고 그 일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게 된 건 약국사무직이었다. 근처에 길병원이 있어서 약국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중 처방전을 접수하고 잡일을 하는 포지션이었다. 쉬워 보일 것 같은 돈 버는 일들은 하나같이 고단했다. 상사들의 잔소리에도 시달려야 했고, 그렇게 하루종일 일하는데도 월급은 박봉이었다. 그 일도 어떤 소명감이나 성취감 같은 건 느껴보지 못하고 얼마 있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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