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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07. 2024

사귀자

석은 ryan과 이런 일화 끝에 오랜만에 만난 뉴페이스였다.


"사귀자" 그가 말했다.

"무슨 오늘 처음 만났는데?"라고 말했지만, 그의 말이 고깝게 느껴지진 않았다. 정말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만난 당일에라도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었지만 단지 그와 나의 차이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느냐, 꺼내지 않았느냐'의 차이였다. 그는 택시정류장까지 나를 데려다준 다음 내가 가는 걸 보고 되돌아가는 모습이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였다.


나는 그가 더욱 적극적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집에 가고 다음날이 되면 미친 듯이 연락이 와야 할 것이 드문드문했다. 막상 명백히 어제의 온도와는 다른 스탠스였다.


그와 만났던 날이 토요일이었고, 그를 돌아오는 월요일에 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월요일 당일이 되자 일 때문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나는 온전히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울었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왜 그리 속상한지 모르겠다 했다.






금요일에는 포럼이 있어 신촌에 있었다. 6시에 끝나는 시간이었지만 7시에 끝나게 되었다. 그는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숨이 차게 뛰어온 나를 안아주었다. 초밥을 먹고 골목마다 키스를 했다. 멕켈란을 마셨고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는 처음 보자마자 나에게 사귀자고 했지만 나는 왠지 거절을 했었고, 두 번째 만나던 날 내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 사람을 만난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 간의 신뢰 부분도 상관없었다. 단지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만이 내가 보는 요소였다. 첫 만남의 3초간 느낌이 없으면 아무리 상대방이 호감을 내비쳐도 그 이상으로 발전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에게 짧은 시간 동안 끌렸다면, 상대방이 내게 그만큼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어이 직진하고 마음을 표현해 내 것으로 만들곤 했다. 그런 감정을 갖게 하는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중 몇 없었고, 그런 사람을 놓치면 나는 큰 상실감에 휩싸였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보기로 약속을 했었고, 그를 만나기 위해 화장을 고치고 있던 내게 전화가 왔다. 갑작스럽게 접대를 해야 해 못 보겠다고 했다. 나는 금요일 밤에 이게 뭐냐고. 다른 약속 잡았을 텐데 집에 가야 한다고 그랬다. 그는 또 미안하다고 했다. 금요일에 급하게 마음에 들지도 않는 사람과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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