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있는 출장은 숨통을 트이게 한다. 원래는 안 그랬냐만은 요새 특히나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출장을 신청했다. 별로 업무 연관성이 없는 출장이었지만 바람 쐬자란 요량으로 온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이런 자유라도 없으면 정말이지 계속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장소는 광주였다. 광주는 어릴 때 고모가 살았던 거 외에 별 기억은 없는 곳이었다. 평소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장거리 운전을 즐기는 나는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기차를 예매하기로 했다. 금요일이라 예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번의 광클 끝에 기차를 예매하고 여유롭게 대합실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한 시간만 가면 광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간략히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역에 도착해 있어서 너무 빨리 도착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차를 가져왔으면 이런 글 쓰는 시간을 갖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좋게 여겨지는 금요일이었다. 굉장한 미식가인 나는 도착하자마자 맛집을 찾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으로 걸어가다 보니 몇몇 어르신이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기는 찐맛집이다' 확신을 가지고 따라 들어갔다. 맛있는 집을 고르는 직감적인 능력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이 거의 비어있어서 잘못 들어왔나 생각했지만 이내 '몇 명이세요?' 묻는 질문에 '한 명이요'라고 자리에 앉았다.
식당은 1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창가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떡갈비를 먹고 싶었는데 1인에는 굴비와 게장, 떡갈비와 꼬막무침까지 포함돼 있었다. 먼저 찬이 나와 나물을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오래된 음식의 군내가 안 났고 음식이 적정한 온도로 데워져 있었다. 이내 꼬막무침으로 입가심을 했는데 마치 전채음식같이 신선하고 청량한 맛이 나며 꼬막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 즐겨 먹지 않는 간장게장은 특유의 잘못 관리됐을 때의 비림 때문이었는데, 먼저번의 음식으로 도전해 본 게장도 비린맛을 잘 제거했다. 음식맛을 온전히 느끼면서 식사를 했다.
굴비도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떡갈비도 딱 1인이 먹을 만큼 적당한 크기에 깨가루까지 소담스럽게 뿌려두어 감탄하면서 먹었다. 허기는 성가시지만 오늘같이 적당한 허기에 맛있는 음식을 채우는 건 그 자체로 행복감을 준다. 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끼며 식당을 빠져나왔다. 오늘같이 우연한 계기에 좋은 식사를 하게 되는 일이 우연한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