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센터에 다녀왔다. 강아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릴 때부터였지만, 쉽사리 키우지 못하다가 이제는 정말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대전의 족욕집에 갔는데, 까만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사장에게 물었다.
'분양받으신 거예요?'
'유기견센터 갔다가 데려왔어요'
나도 강아지를 들이게 되면 펫샵에서는 말고 센터에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역 내 센터 봉사활동을 검색해 보니 없어서 인근지역의 센터 예약을 했다. 막상 출발하려고 보니 1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더 멀리 있는 센터라도 갈 의향이 있었기 때문에 출발했다. 가는 길에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빵집에서 소라빵을 테이크아웃해서 먹으면서 갔다. 주말의 어떤 일정이 있다는 것과 늦지 않게 도착한다는 기분은 날 항상 설레게 했다.
주차를 하고 견사로 들어가니 코를 찌를듯한 악취가 풍겼다. 견사니 당연히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 생각은 못했다. 예전에 고양이카페에 갔을 때도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들어가 보니 도베르만, 레트리버 같은 대형견과 각종 개들이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떼창을 했다. 반갑다는 건지 위협하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직원에게 물었다.
'마스크 없나요'
다행히도 있다고 했고 마스크를 해도 냄새는 코를 뚫고 들어올 정도였다. 우선 견사에 들어갔을 땐 탈출하지 못하도록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호스로 물을 뿌려 배변을 치우고 물통에 새물을 담아주었다. 강아지는 내가 호스를 움직이는 것을 피해 무리 지어 나의 뒤에서 종종거렸다. 어떤 아이는 성격이 조용한지 덤덤하게 있었고 위협적인 짖음으로 경계하는 아이도 있었다. 물청소를 한 다음엔 쫄대로 물을 긁어낸다음 마른 수건으로 닦은 후 마른 이불을 깔아주었다. 강아지가 버림받아서 그런지 경계하는 모습이 불쌍했다. 그럼에도 치대는 푸들스탠더드는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을까 마음이 아팠다.
푸들은 산책을 시켜주었는데, 눈이 보이지 않아 산책하다 길 옆으로 빠진 것이었다. 순간 당황해서 센터에 전화를 해야 하나 했는데, 줄을 당겨서 올라오는 방향으로 끄니까 처음에는 버티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중엔 나를 믿고 길 위로 올라와서 잘했다고 쓰다듬어 주는데 이 강아지는 사람이 올 때마다 반기고 올라탈 텐데, 어김없이 그 사람은 봉사를 하고 돌아갈 것이고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몸도 성치 않으니 누가 데려가겠다는 사람도 없을 텐데..
비글을 산책시킬 땐 확실히 활동성이 좋아서 끄는 힘이 남달랐다. 하지만 센터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산책을 해야 하는데, 입소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반대방향으로 자꾸만 가고, 돌아가자고 하니 싫어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똑똑한지 자기 의지가 있어서 가자고 해도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나중에는 '화장실 가고 싶어'라고 하며 되돌아왔지만 이 강아지의 마음엔 한때 주인이었던 누군가가 각인되어 있겠지 라는 생각에 그렇게 버리고 가는 사람에 대한 혐오가 들었다.
버려진 강아지를 위해 센터를 설립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한 환경에 '이 일을 매일 한다면?'이라는 현실적인 생각과 '봉사자들이 없이는 운영되기 어렵겠구나'란 파악이 되었다. 사회는 소외된 곳을 보듬는 활동가들의 숭고한 손에 의해 돌아가고 있단 생각도, 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도 여러 복잡한 생각이 귀가하는 길을 답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