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게더링 다녀왔다. 바에서 독서모임을 겸하는 곳인데,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본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돈이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가보고 싶던 공간이어서 신청을 했다. 막상 금요일이 되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기로 했다.
간 곳에는 테이블에 이미 사람이 와 있었다. 낯을 가리는 탓에 서가의 책을 한참 동안 읽고 있었다. 곧 모임이 시작되었고, 서로의 MBTI를 바탕으로 조를 짰다고 했다. 처음 인사를 한 옆 남자는 고맙게도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말을 걸지 않아 주었고 뒤이어 온 남자도 조용히 있어주어서 다행이었다. 미리 준비된 질문지를 통해 서로의 여가와 기타 등등에 대해 묻는 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자재질사람이 있어서 그가 주로 인터뷰하듯이 조율 역할을 맡았다. 그런 걸 절대 못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질문은 주로 '최근에 감동받은 일?' '아지트는?' '하는 일은?' 등이었다. 공통적으로 하는 일이 겹쳐서 신기했는데, 옆자리 여성은 기자면서 사업을 한다고 했고, 그 사업요소가 마케팅이었는데 옆자리의 남성이 마케팅회사였고, 내 옆자리 남자는 유통업에서 종사를 했고, 그 유통업이 낙농이라 나와 연관이 있었고, MC남자는 관련 컨설팅을 한 경험이 있어서 신기했다.
아지트를 말할 때는 사실 막 그렇게 궁금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어서 그가 어디를 주로 가서 있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안 알려주려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 그는 코인에 빠져있었는데 그래서 브레인포그가 온다고 했다. 마침 옆자리의 남성도 요가전도사였는데, 신기하게도 요가를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에 의견합일을 보았다.
주말에 뭐 하냐는 질문에 '유기견센터 가서 봉사해요'라고 했더니 사회자가 '저도 예전에 강아지를 키웠다가 지금은 부모님 집에 있어요'라고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는 극내향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이끌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서 그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나왔다. 가장 큰 웃음을 준건 내 옆자리 남자가 다른 사람들이 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저는 사실 강아지를 안 좋아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기분 좋게 순댓국을 먹으러 갔는데 비숑이 으르렁거리면서 잇몸을 보이더니 종아리를 물었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꼬리 치더니..'
‘얼마나 내가 우습게 보였으면..'이라고 하는 감정이 삼단콤보를 이루어 한 달 동안 웃은 것보다 더 웃을 수 있었다. 비숑이 거센 개가 아닌데 문것이 그의 어수룩한 외모와 겹쳐져 시트콤 같았다. 그걸 보면서 사람은 자기 잘났다고 뽐내는 사람보다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끔 하는 요소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너무 재밌어서 독서모임도 예약하고 왔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자리에서 빅웃음을 가진 자리였다. 전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서 퓨어했고 사람모임을 갔다 오면서 느끼는 헛헛함은 덜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