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식사를 즐기는 편이다. 물론 같이 하는 식사도 좋지만 혼자서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고 하는 식사는 음식의 온전한 맛을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날은 서해안에 간 날이었다. 주기적으로 바다를 보지 않으면 갈증이 이는 나는 태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바다는 갈 때마다 날 감싸주었고 바다의 쓸쓸함, 고독함, 거대함은 내가 혼자여도 괜찮다고 그 광활함으로 날 품어줬다. 바다는 공포감과 나보다 더 큰 존재가 내 삶에 함께한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주었고 그제야 나는 잠에 들 수 있었다.
혼자 식사를 하고 해변을 휘적휘적 걷다가 보면 견딜 수 없는 피곤이 몰려왔고 한 번의 잠도 깨지 않는 혼곤한 잠에서 깨니 아침이었다. 모든 게 죽고 나서 다음날 소생하는 아침은 여느 날과 같이 막막함을 주었지만 역시 하루는 시작된 것이었다. 모든 시작은 성가시게도 식욕을 불러일으켜 어영부영 식사를 하러 갔다.
어떤 가야 할 곳도, 해야만 하는 일도 없어 충동적으로 들어간 식당이었다. 식당은 해변에 위치해 있었고 비슷한 식당이 양옆으로 몇 개 있었다. 간판이 제일 깨끗해서 들어간 식당은 소담하게도 몇몇 가족만이 앉아 있었고 주인은 물었다. '몇 분이세요' '혼자요' '혼자 할 수 있는 식사는 게장밖에 없는데' '주세요' 한 끼에 삼만 원으로 식사비로는 약간 부담되는 금액이었지만 그렇다고 못 낼 금액도 아니었다.
앉았더니 주인은 맛깔스러운 반찬을 깔아주며 말했다. '이게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주인이 추천한 반찬 외에도 조개를 넣어 끓인 국은 술안주로 하기에도 좋을 만큼 칼칼했다. 간장게장이 나왔을 때는 주황빛 알이 가득 차있어 입안에 가득 물면 게살이 튀어나왔다. 짜지만 잘 담근 장이었다. 게살의 단맛에 간장의 맛이 어우러진 와중에 알과 내장의 녹진한 맛이 그 맛을 더해주었다. 다른 테이블에선 가족끼리의 생신축하가 이어졌지만 온전히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들을 틈틈이 주시하던 사장내외는 식사를 마칠 무렵 보름달빵과 유과를 디저트로 하라고 가져다줄 만큼 융숭하고 친절했다. 이미 배가 너무 불러 '포장해 주세요'하고 계산하려는 찰나 주인이 말했다. '다음엔 같이 오세요 혼자 오면 외롭잖아' 하지만 주인은 모를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 자체만으로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둘만해본 여행만 해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온전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것을 그에게 굳이 말하지 않고 가게를 빠져나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