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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by 강아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거라고, 수레바퀴가 어긋난 거라면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만나면 그가 하는 다정한 눈빛, 조금만 더 하면 내게 돌아올 것 같은 희망은 그 횟수만큼 날 좌절시켰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게 그를 기다려서 그런 거라 합리화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건수조차 없었지만, 어쩌면 나를 던져서 내게 그 마음을 돌리게끔 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도 했다.


어느 날 그가 내게 음악을 공유해줬을 때, 그가 그의 연인과 삐걱대고 있으며 그래서 날 그리워하는 마음에 연락한 걸 알고 있었다. 정말이지 기다렸던 연락이었지만, '다른 애한테 위안받았어'라고 차갑게 응답했던 건 '왜 내게 오지 않는 거야?'의 반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로 다그치기도 싫었고 그가 정말 밉기도 했다. 네가 더 좋아질까 봐 마음을 누른다는 내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내게 그 마음을 접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회유하지도 않았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는 예전부터 그랬다. 그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게 우선이었다. 플랫폼에서 그의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 없이 기차를 타고 떠나갔던 내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가 술을 많이 먹고 내 입술을 탐했을 때 나는 무력하게 그에게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날 미칠 듯이 갈구했을 때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그를 밀어냈을 때도 그는 그대로 밀려 돌아갔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만나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단 나의 말에 플랫폼에서 어떤 의지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히 뒤돌아 가던 너의 뒷모습이나, 집안 어른의 강제로 선을 본다는 나의 말에 '선본다고 결혼으로 바로 이어지는 게 아냐'라고 말하던 모습이나, 말이나 행동으로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걸 거부하면서 막상 내가 누굴 만나면 '축하해'라고 말할 병신 같은 걜 생각하면 미칠 거 같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어떤 거 때문에 힘든지 모를 것이다. 막상 이야기하면 그는 온 힘으로 들어줄 텐데, 그럼 또 그걸로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그를 놓지 못할 나도 병신 같다. 엇갈린 톱니바퀴는 되돌릴 수 없던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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