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집 근처 연습실을 다니면서 조율 상태가 어디가 제일 좋은지 알아보고 있다. 여러 군데를 다녔지만 조율은 오늘 간 피아노가 제일 잘 되어 있었다. 좋은 피아노란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걸 선호하는데 오늘 간 곳이 그랬다.
연습실 위치는 왠지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있었다. 그래서 10분가량 늦었는데, 어딜 가나 시간을 타이트하게 해 놓고 움직이면서 누구와 한 약속이 아니라도 늦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유턴을 해서 가야 했고 커피까지 테이크아웃 하느라 늦어버린 것이다.
들어갔는데 누군가 빼꼼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연습실을 빌린 학생이었다. 그녀는 전공생인지 내가 연주를 멈추고 있을 때 강약을 조절해서 테크닉적인 부분을 연습했다. 그걸 들으니 좀 속이 상했다. 내가 음악을 계속했으면 그녀처럼은 되지 않았을까. 하며 연습한 발라드 1번은 나 스스로도 미스터치가 많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좋은 피아노는 그런 오타를 부드럽게 해 주었지만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아닌 것이다.
연습곡 사이마다 옆방에선 잘 치는 음악소리가 들려왔고, 취미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엔 들을 수 없던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자만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막상 전공을 택했다 한들 임윤찬처럼 치지도 못할 거면서 결국 아가리 아쉬움뿐이었던 건가 그런 감정들이 올라왔다.
만약 지금 유학 신청해 놓은 게 잘 된다 해도 가야 하는 걸까? 회사는 길이 아님은 확실히 안다. 하지만 피아노가 내 길인가? 연습을 마쳤을 땐 평소와 같은 충만함이 아닌 불편감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