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토프 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칼럼
<톱클래스> 토프 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에 쓴
41번째 글, 가상 인터뷰 쇼팽 이야기입니다. 칼럼 일부 전해드리며, 전문 보실 수 있는 링크 글 말미에 드리겠습니다!
지난 해 겨울 광화문 사거리의 오래된 카페 '이마'에서 서양 미술 작품을 무척 사랑하는 선배를 만났습니다. 미술 작품에서 얻는 기쁨과 감동을 아주 좋아하는 분이세요. 라면 한 그릇도 담을 수 있을만큼 커다란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던 선배께서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난 이미 죽은 예술가들의 마음이 너무 궁금해."
그 말을 듣고 저 "네! 저도요!"라고 외쳤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은 이런 저런 곳을 지나 결국 예술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니까요. 그것이 제가 클래식 음악 칼럼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만의 칼럼 방향을 잡게 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과거에 살았던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티븐 호킹은 이론적으로 과거로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미래로 이동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오랜 세월 타임머신의 존재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반면 미래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지금 나의 현재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가령 로또 1등 당첨 번호, 수능 문제 정답 등을 알 수 있다면요! 으흠, 하는 엉뚱한 상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요즘 저는 조영주 작가의 <크로노토피아>를 읽고 있습니다. 아직 발표된 지 두어 달 남짓된 작품이라 자세한 책후감은 적지 않겠습니다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면, 현재를 떠날 수 있는 설정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가보고 싶은 과거, 바꾸고 싶은 미래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독자 여러분은 가보고 싶은 과거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저는 만약 과거로 갈 수 있다면, 그리운 분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가보고 싶어요. 제 아버지가 살아계셨던 날들로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요즘 제가 만나고 싶은 음악가 쇼팽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에서 가상 인터뷰를 종종 써보곤 합니다. 그렇게 저는 머릿속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쇼팽을 만나러 1849년 9월 30일 오후 2시 파리의 뱅돔 광장 2층 쇼팽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인터뷰어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게 된 가상의 청년입니다.
이제 저는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에 대한 글을 쓴 지 이제 햇수로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렇게 긴 가상 인터뷰는 처음 써봅니다. <끝내주게 멋진 클래식 음악가들>을 이 가상 인터뷰의 큰 제목으로 했어요. 쇼팽에 대한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다른 음악가들도 차례로 찾아보고, 이 공간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인터뷰 내용 중 등장하는 이야기는 쇼팽에 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쇼팽을 정말 만나고 싶어했던 한 사람의 마음이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지길,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도 쇼팽을 정말 만나는 듯한 기분을 잠시라도 느껴보시길 바라며 글을 보냅니다!
가상 인터뷰 일시 1849년 9월 30일 오후 2시
인터뷰 장소 프랑스 파리 뱅돔광장 12번지 2층 쇼팽의 집
시차 약 174년 3개월 30일(2024년 2월 7일 오후 2시)
쇼팽 : 어서 오세요. 이제 막 편지를 읽고 청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기뻐요. 내 음악을 사랑하는 미래에서 온 청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겁니다.
청년 : 안녕하세요 쇼팽 선생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직접 쓴 편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쇼팽 선생님과 마주하는 기적이 일어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너무 신납니다! 전 쇼팽 선생님의 음악을 제가 아는 음악 중에서 제일 좋아하거든요. 듣기 좋으시라고 드리는 말씀은 정말 아닙니다.
쇼팽 : 고맙습니다. 청년은 혹시 피아니스트인가요? 참 엘레노어 양, 청년에게 마실 것을 부탁해요.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쇼팽은 청년을 반가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쇼팽은 깊고 거친 기침에 괴로워했다. 쇼팽의 살림을 돌보는 메이드 엘레노어가 낯선 청년을 응시했다. 그러나 곧 개의치 않고 쇼팽에게 물과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숨을 고른 쇼팽은 천천히 청년을 바라보며 웃었다)
청년 : 제가 19세기 파리는 처음이여서요. 쇼팽 선생님께서 권해주는 것으로 마시겠습니다.
쇼팽 : 엘레노어 양 청년에게 얼음과 레몬, 따듯한 초콜렛 티를….
청년 : 감사합니다. 쇼팽 선생님.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렇게 불쑥 찾아뵙게 된 것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청년은 쇼팽의 상태가 생각보다 위태하다고 느꼈다. 한 달 후 세상을 떠날 쇼팽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청년에게도 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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