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발견] 정신과를 방문하기까지
내 진단명이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의사이다.
내가 우울증이건 강박증이건 정신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뭐가 됐든 당시로서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고통받는 사람도 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 좋아지고 싶은 사람도 나였다.
의사는 환자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면담해서 진단을 내려야 하고 진단에 따른 적절한 약물 처방과 치료 방법 연구 또한 의사가 해야 할 몫이었다.
‘아는 게 병’
이라는 말이 있듯이 진단이란 양날의 칼과 같다.
내 주치의에게 들은 얘기지만 의사의 오진誤診율이 무려 50%라고 한다. 섣부른 진단과 자기 단정은 자신에게 주홍 글씨를 새기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선입견은 오히려 치료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뭐다’라는 낙인烙印은 모든 문제를 ‘다 그것 때문’으로 귀결시키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의사도 사람.
정확한 진단이란 없듯이 완벽한 치료 방법 또한 없다.
치료 성공의 확률만 존재할 뿐 자연과학이든 정신의학이든 100%란 말을 쓸 수가 없다.
의사는 전문성과 숙련을 바탕으로 오진과 진단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최선의 진단과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저 일상에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지 그것만 알고 싶을 뿐이었다.
혹시나 내가 미친 것은 아닌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내 정신질환이 치료가 되는 병인지,
어떤 방법으로 앞으로 치료받게 되는지,
치료에 내가 투자해야 되는 시간과 치료 비용은 얼마인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먹는다면 얼마 동안 먹어야 되는지,
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는지,
약에 대한 의존이 생겨 평생 먹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정신과 다녀서 더 나빠지는 일은 없는지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이런 것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