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발견] 정신과를 방문하기까지
심리학 수업은 내 증상을 마주하는 일이었고 심리학 공부는 내 증상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 탐구해 가는 과정이 되어갔다.
심리학에 정설 같은 것이 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모 밑에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자란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만 닮는 것이 아니라 성격, 행동, 습관, 사고, 삶의 방식, 모든 것이 대물림된다.
성격과 기질은 만 3세에 형성되며 한 번 형성된 성격과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릴 때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 형성이 평생의 대인관계 양상을 좌우한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부모로부터 채우지 못한 사랑을 평생 동안 갈구하며 살게 된다.
유전보다 환경의 중요성. 양질의 양육 환경은 유전을 극복할 수 있다.
자녀의 학력과 직업, 사회적 성취도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 부모의 경제적 부와 무관하지 않다.
가정 폭력, 유기, 방임, 학대, 가정불화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범죄자들에게는 불우한 환경에서 생존하며 자라온 개인사가 어김없이 발견된다.
어떤 정신 질환은 심리치료가 어렵고 예후 또한 좋지 않다.
이것이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주하게 된 내 아픈 현실이었다.
하나같이 다 내 얘기 같았다.
이상심리학, 임상심리학 수업을 듣는 날은 늘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임상 사례를 교수가 얘기할 때마다 놀라는 학우들의 리액션은 내 과거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 꼭 나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하는 기분이었다.
'내 인생은 책처럼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걸까?..'
21살에 불과했던 나는 정설대로라면 더 살아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