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와 치료자의 궁합

[2부: 시작] 정신과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by 네오

“얼마나 힘드셨어요?”


라는 상담사의 공감 반응은 나에게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나를 동정하는 듯한 피해의식이 올라왔고 불쌍한 취급받는 묘한 불쾌감이 일어났다. 나는 위로나 지지적 상담이 도움 되지 않았다. 확실히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학력과 경력이 상담 실력과 꼭 비례하진 않는다. 물론 개인 성향에 따라 학력과 경력을 중요시 여기는 분은 그런 분을 찾아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 중요한 것은 상담사의 학력과 경력보다 ‘태도’였다. 태도 위에 학력과 경력은 나에게 부차적인 요인이었다.


자신이 끌리는 상담사를 선택하길 바란다. 내담자와 치료자와의 코드, 궁합 굉장히 중요하다. 주치의에게 들은 얘긴데 전공의 수련 때 환자와 의사를 매칭시키는 과정이 수련 과정에 있다고 한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심리 상담을 하면서 내가 원한 건 내 얘기를 마냥 들어주거나 '그랬군요'라는 경청과 공감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심리상담사와 나는 적어도 치료적 관점에서는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


내가 블로그(무의식 여행자 : 네이버 블로그)에 정신과를 권유하고 재촉하는 이유도 이런 내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이다. 상담 치료가 맞지 않았던 분들은 정신과 치료가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과 약물치료는 상당 부분 고통을 경감시켜 줘서 오늘을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그렇게 나는 치료적 궁합이 가장 잘 맞았던 정신과 의사와 상담과 약물 치료에 주력하게 되었다. 정신과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4명의 심리상담사가 나를 거쳐 갔고 늘 '심리적 응급' 상태였던 나는 마음의 병이 주는 증상으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싶었던 20대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나?'라는 절망감은 자꾸만 세상을 등지고 싶게 만들었고 상담 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실망감은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었던 마지막 미련까지 거둬가 버리고 말았다.


내 고통의 크기만큼 감당해 줄 수 있는 좋은 상담사를 찾고 싶었던, 상담사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과 기대가 있었음을 지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리 상담을 고집했던 건 정신과를 안 가고자 했던 나의 최후의 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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