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결은 행복을 바라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보편적인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돈 많은 부모님을 둔 것도 아니고, 직업이 좋은 것도, 특별한 재능도 없다. 하지만 크게 불행하지도 않다. 어디 아픈 곳 없이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틈날 때마다 독서와 글쓰기를 즐긴다. 담담한 일상이지만, 나름의 충만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크게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행복해야 한다는 집착도 없는 상태'
나는 평소에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주된 고민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돈을 조금 더 많이 벌고 싶거나, 혹은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몸을 가지는 것 같은 사소한 바람들이었다. 반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지'와 같은 생각은 깊이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내가 갈망하던 모든 것들이 결국 행복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미 어느 정도 행복의 선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다. 작은 일 앞에서는 예민할지 몰라도, 오히려 큰 일 앞에서는 덤덤해질 수 있는 이상한 습성도 있다. 그 비결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릴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나는 이를 '제로포인트'라고 부른다.
제로포인트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 여기고 그 수준을 유지하는 태도를 뜻한다. 마음을 원점으로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흔히 성공이라 여겨지는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연봉이 높지도 않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으며, 경차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삶이다. 그런데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겉으론 나보다 나아 보였지만, 속내를 알고 나면 오히려 더 큰 불행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더 좋은 직장을 원하거나, 주식 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거나, 가족과의 불화로 괴로워하는 이야기들. 물론 그런 고민들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서 더 많은 돈을 받는 대신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에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운 좋게 단기간에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다 해도, 그만큼 잃을 위험이 더 커진다. 인간관계 문제 역시 남 탓으로 돌리기 쉬운 일이지만, 그 해결의 열쇠는 대부분 본인에게 있다. 그 사실을 모르거나 혹은 인정하지 않으면 작은 문제도 결국 곪고 만다.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가 있다. '이것만 이루어지면 행복할 것 같다'는 꿈은 결코 현실에서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며,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도 결국 삶의 일부일 뿐이다.
내가 지금만큼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서도 아니고, 대단한 것을 가졌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이뤄질 수 없는 것을 애초에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고민이 말끔히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떼돈을 벌길 원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적이니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인정욕구는 착각에서 비롯되니까.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개념도 생각의 술수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행복해지길 원하지 않는다.
행복의 비결은 행복을 바라는 데 있지 않았다.
오늘 당장 행복할 수 있으면서도, 과거나 미래에서 행복을 채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그간 살면서 몸소 느끼고 깨달은 행복의 비결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로포인트를 유지하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부디 잿빛으로 가득한 내면에 온화한 빛이 스며들기를. 그 빛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그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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