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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07. 2024

에세이와 독후감 사이

ep 2. 얼떨결에 브런치로


한동안은 새벽에 일어나면 마음에 고루 퍼지는 감정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내는 정도로만 글을 썼습니다. 글쓰기로 뭘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며칠 그러다 말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것치곤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쓸거리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쓸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써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재밌었습니다. 멍한 상태로 노트북 위에 손가락만 올렸을 뿐인데, 알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 나가는 저 자신이 희한하게만 보였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새벽의 글쓰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독후감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산 것치고는 남들에 비해 이룬 게 거의 없는 제가 그나마 잘했다고 여기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인생이 꼬이든 말든 책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읽기만 했던 게 흠이었어요. 숱한 독서가들이 서평을 써라는 둥 글을 써 보라는 둥 아무리 강조를 해도 그 당시로서는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었습니다. 책 한 권 완독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글까지 써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피곤했거든요.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독서를 어느 정도 좋아하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사랑했던 건 또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뭐라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무지성으로 독서했나 싶은 생각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문득 독후감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길래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들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독서하는 와중에 끄적이고 싶은 게 생각나면 바로 책을 덮고 쓸 때도 있었고,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에 인상 깊었던 부분을 재차 훑어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쓸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 쓴 글을 읽어보면 서평도 아닌 것이 독후감이라 하기에도 뭔가 애매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거의 독후감에 가까운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글이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개의치 않고 그냥 막 썼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글쓰기와 관련된 남다른 뜻이 있거나, 별다른 포부도 없었기에 뭐라도 적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했으니까요.


그런데 독후감만 계속 쓰다 보니까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읽고 내 생각을 적는 것까진 좋은데, 내 생각을 적기 전에 '어떤 내용'이 전제조건으로 깔려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컨대 제가 제 생각을 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 재료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게 전 좀 불편했습니다. 안 그래도 주제에 비해 욕심만 많은 탓에 독후감도 하루 한 편씩 올렸던 만큼, 하루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루틴이 점점 버거워지던 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처음부터 끝까지 저만의 생각이 담긴 글, 소위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만의 온전한 사상을 풀어내는 수필을 쓰니까 비로소 뭔가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블로그 컨셉을 독후감으로 잡았던 탓에 7:3 정도의 비율로 독후감을 더 많이 쓰긴 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였습니다. 저만의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사실 독후감 감성과는 맞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독후감보다 더 마이너한 부류에 속하는 에세이를 쓴다는 건 영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쥐뿔도 없으면서 나만의 온전한 사유가 담긴 글이 너무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게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네이버 블로그는 영화나 제품 리뷰, 여행 또는 맛집 후기 등이 주를 이루는 곳이기에 더 그랬습니다. 그런 이유로 에세이를 쓰는 게 더 좋았음에도 독후감의 비중을 더 높게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라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세이 출간 안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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