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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14. 2024

뜻밖의 제안

ep 4. 무식하게 글만 썼더니 찾아온 행운?


처음엔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는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나 저기나 글 써서 올리는 공간이라는 점은 똑같으니까요. 근데 참 희한하게도 수개월 전에 작가승인만 받아놓고 방치했던 브런치로 돌아오자마자 전, 날개 돋친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할 때 억눌러왔던 수필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썼습니다. 마음에 뭐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바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출근해서 쓰고, 자기 전에도 글을 쓰다 잘 정도로 글쓰기 삼매경에 빠져 살았습니다. 브런치에는 하루 한 편 혹은 두 편씩도 글을 발행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 당시의 브런치는 직접적인 수익구조가 없었음에도 앞뒤 고려치 않고 참 열심히도 썼습니다. 아마 쓰는 게 좋아서 그럴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그렇게도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진 못했을 테니까요. 블로그 할 때는 일일 방문자 수가 최소 100명은 넘어가야 그나마 만족하곤 했습니다. 근데 브런치는 하루 조회 수가 10회 언저리에 그쳐도 전혀 개의치를 않았습니다. 아예 그런 수치 자체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글 쓰는 데만 해도 바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단편 에세이 형식의 글만 발행했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엔 매거진을 만들어서 각기 주제에 맞는 글을 분리하여 썼습니다. 그것도 조금 지나고 나니까 브런치북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고 나도 한 번 써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은 책으로 엮을 만한 이야기가 뭐가 있나 생각해 봤더니, 단번에 떠오른 게 아내와 만나 결혼하게 된 일화였습니다. 그래서 <집 있는 여자와 결혼했다>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저의 첫 번째 브런치북이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써 보니 짧은 글을 쓸 때와는 달라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작은 책을 쓴다고 여기며 나름의 컨셉을 잡고 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느끼고 얻는 것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일단 이미 겪은 일들을 글로 다시 풀어쓰면서 이전에 놓쳤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령 그리 감동적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순간을 막상 글로 썼더니, 새삼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와 눈물이 났던 것처럼요. 더불어 글을 쓰는 능력, 글을 읽는 능력, 부자연스러운 내용을 솎아내는 능력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게 체감되기도 했습니다.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다시 읽어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못 썼다는 생각이 드는데, 알고 보니 그건 그만큼이나 성장했다는 지표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글을 썼습니다. 애초부터 적성에 맞았던 건지, 아무런 목표도 생각도 없이 임한 게 비결이었던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정말 한동안은 퇴고가 뭔지 투고가 뭔지도 모른 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식하게 글만 써댔습니다. 그 사이 글쓰기 습관은 알아서 몸애 배고, 어느새 글쓰기 수업 같은 건 들은 적도 없는 제 머릿속에도, 나름의 글쓰기 철학이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 <인생을 밝혀주는 글쓰기의 마법>이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을 쓰기도 하고, 평소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쓰기를 연습한다 생각하며 썼던 글들을 모은 <매일 쓰는 건 자신 있습니다>라는 브런치북도 발행했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브런치작가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거,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출간하게 된 사례가 많다는 건 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브런치에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있었던 저였기에, '나도 새로운 제안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더 열심히 썼습니다. 순수했던 창작에 의도가 깃드니 그만큼 스트레스가 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아무래도 쓰는 게 저한텐 꽤 맞았던 모양입니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매일 글을 쓰다 보니까 기어코 작가가 되고 싶단 야망이 맘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그 새로운 제안이라는 걸 더욱 간절하게 받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를 시작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뜻밖의 알람이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떠 있었습니다.


'출간/기고 목적으로 OO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주세요.'




[에세이 출간 안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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