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우대라니
8월 5일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를 낳은 날이다. 한 여름에 양수가 터져 준비 없이 산부인과에 가서 힘낼 밥도 먹지 못한 채로 무통주사도 없이 자연분만으로 얻은 소중한 딸의 생일이었다.
방학이고, 휴가 시즌이라 친구들과 모여 생일을 보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매년 그래서 집에서 소소하게 파티를 해주었다. 각자 할 일을 다 하고 외식을 하고, 다이소에 들려서 소소한 파티 용품들을 구입했다.
집에 오니 늦은 저녁이었지만, 서둘러 파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창문에 장식할 은박커튼과 다양한 풍선들을 다 꺼내 놓았다.
"풍선 불면 힘든데~"
꺼내 놓으면서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둘째가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나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엄마는 풍선 불지 마 내가 다 불게!"
"어? 아니야, 이거 너 혼자 불면 힘들어 엄마가 몇 개는 불게"
"아니야~ 엄마 힘들잖아~ 내가 다 불 수 있어 괜찮아!"
"아니야~ 엄마 하나만 불게~!!"
"아니야~ 엄마는 나이도 많으니까 내가 불게 힘들어~"
둘째의 엄마 걱정하는 말에 귀여우면서도 고마우면서도 경로우대를 받아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어진 둘째의 말이었다.
"엄마, 엄마 수술할 때마다 수술하다 죽을까 봐 얼마나 걱정하고 불안했는지 알아?"
"..."
"아? 그랬어? 엄마 죽는 수술 아니었는데 걱정 많이 했구나~ 그랬구나~"
"응! 그래도 이제 엄마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괜찮아!"
"그래~ 걱정하지 말아~ 엄마 건강하려고 노력 중이니까"
장난기 많고, 가끔은 욕도 잘하는 둘째지만 어느 순간 맘을 심쿵하게 하는 말들을 꺼내 놓는다.
우린 열심히 풍선을 불고 붙이고 각자의 취향의 잠옷을 입고 파티를 열었다. 귀여운 두 녀석들 사진을 찍어주고 큰딸이 주문한 케이크에 초를 켜고 소원을 빌었다. 선물 증정시간, 둘째도 자신의 용돈으로 누나가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서 상자에 담고 예쁘게 꾸미고 편지를 써서 주었다.
"돈이 얼마나 든 거야?"
첫째가 둘째에게 물었다.
"웅~ 3만원! 누나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만 골랐어~~" 하며 흐뭇해하는 둘째였다.
"근데 너무 돈 많이 쓴 거 아니야? 누나는 이렇게 까진 못해줄 수 있어~~"
"그래~ 둘째야 용돈 잘 아껴두었다가 써~ 그렇게 많이 안 해도 되는 거야~"
동그란 눈을 굴리며 둘째가 이야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서 표현한 거야~ "
그 마음이 참 이쁘고 대견스러웠다. 작년보단 철자도 덜 틀리고, 글씨도 예뻐졌다며 둘째는 자신의 편지를 뿌듯해했다. 선물증정식을 끝내고 다이소에서 산 야광형광봉을 각자 하나씩 들고 노래를 틀고 불을 끄고 뛰지 않고 우리만의 흥겨운 파티를 했다.
광란의 파티를 즐기다 보니 땀이 흥건했고, 에어컨을 틀어도 더웠다.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해맑은 웃음에 엉망인 거실은 잠시 모른 척해보았다. 2시가 넘어 약속한 대로 거실에 이불을 깔고 셋이 나란히 누었다.
둘 다 피곤했는지 둘째는 쌔근거리며 금방 잠이 들었고, 첫째는 바닥이 딱딱하다며 소파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아이 둘과 같이 누우니 더 어릴 적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나도 바닥이 딱딱했다. 두 천사가 잠든 걸 확인하고 조용히 안방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광란의 파티를 즐긴 거실은 이틀 동안 난장판인 상태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나의 인내심은 오르락내리락하며 경로우대를 받았던 짧았던 순간을 생각하며 함께 깨끗하게 정리했다.
내년엔, 하루 지나면 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