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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좀 지켜줘

모자 좀 씌우지

by 라이크수니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남의 편이 지방으로 발령받아 따로 살게 되어, 처음으로 아이 둘과 맞이한 여름방학이었다.


여름방학은 생각보다 짧았지만, 방학은 쉽지 않은 듯하다.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 하는 귀여운 아이 둘과의 생활은 롤러코스러를 탄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 준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의 편이 아이 둘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아이들에게 들었다.

3박 5일 일정으로 필리핀 세부로 다녀온다고 했다. 그 덕에 나에게 휴가가 생겼다.


휴가는 후다닥 지나갔고, 아이들이 돌아올 날이 되었다. 새벽에 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은 하루 쉬라 했는데, 집에와서 후다닥 학원에 가버렸다. 집에서 아이들 오기만 기다렸다.



"띡띡띡~"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엄마~~!!"



딸아이였다. 헉!!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웃음과 탄성과 놀라움의 감정들을 내 눈과 입과 표정으로 다양하게 쏟아져 표현되었다.



"헉!! 아니 왜 이렇게 태웠어? 선크림 안 발랐어?"



"아니~ 발랐어~~~"



"엥? 선크림 발랐는데 이렇게 탔어? 모자 안 썼어?"



"모자는~ 마지막날 썼지~"하며 헤헤 거리는 딸..



엄마 닮아 까무잡잡한 애들인데, 그것보다 더 탔다. 누가 봐도 진짜 징하게 놀았구나 할 정도로 탔다. 좀 후에 둘째가 짠~ 하고 왔다. 허... 애도 장난 아니네..


아이 둘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놀았길래 이렇게 까지 탈 수 있는가 싶어서 말이다.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둘째는 코가 너무 타서 루돌프사슴코 같이 빛이 나면서 탔고, 첫째는 코 주변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있었다. 첫째는 다리도 벗겨지고 있었다. ㅠㅠ



아, 그래도 딸인데 이 정도로 타면 이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 모두 하루 종일 물놀이 하느라 좋았다고 즐거웠다는 건 알겠는데 알겠는데..아이들 피부에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 다 얼굴 피부가 벗겨지는 걸 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국에 가서 연고를 사서 발라줬다. 냉장고에 두었던 팩도 꺼내서 열심히 하라고 하고. 그렇게 하니 둘 다 얼굴 벗겨지는 건 나아졌다. 첫째 다리는 아직 벗겨지고 있어서 열심히 연고를 발라주고 있다.


다음엔, 너무 재미있어도 모자는 꼭 쓰고 놀았으면 좋겠다. 첫째 수영복은 다시 주문을 했다. 팔과 다리를 감싸는 수영복으로 말이다. 세심한 엄마가 함께하지 못해 그리 피부가 타도록 두었겠지라는 생각에 좀 속상했지만, 여행동안 아무 일 없이 잘 놀다 와서 고맙기도 했다.



그래도.. 딸 피부는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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