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결실?
지난주 큰아이의 갑작스러운 ‘열’로 학교를 두 번 쉬고 내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는 다시 아기로 돌아간 듯 침대에 삐죽 튀어나온 내 발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잠들었다.
항상 조용히 혼자 자던 나는 혹시나 열이 더 심할까 체크하며 자느라 잠을 잘 못 잤다. 큰아이 상태가 좀 나아진듯해서 둘째가 학교 간 사이 첫째와 둘이 점심을 먹고 외출하고 장을 봐서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학원에 있어야 할 둘째가 집에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려 둘째에게 가까이 가니, 둘째 피부가 얼굴부터 발까지 울퉁불퉁 해져있었다. 꽤나 심각해 보였다.
“언제부터 이랬어?? 어디 아픈데 없어? 불편한 곳 없어? “
“으응.. 좀 간지럽고 그래”
“얼른 병원 가자~!!”
우선 빨리 병원을 가야 할 듯했다. 처음 보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에 바로 둘째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선 어제 첫째 딸을 데리고 온 나를 기억했다.
“선생님 왜 이런 걸까요?”
“반복해서 이러면 검사가 필요한데요, 처음 이런 반응이면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나아질 수 있어요”
주사라는 말에 주사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둘째가 반응했다.
“주사.. 이런 씨땡…”
아들의 입을 막지 못하고, 손을 끌어 밖으로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가끔 욕을 맛깔나게 한다. 말을 예쁘게 해야 한다고 그러지만 친구들 다 그런다며 가끔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한다.
“아니.. 그렇다고 말을 그렇게 뱉으면 안 돼!”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삐져나왔다.
“아니, 근데 주사 맞기 싫어!! ”
울상이 된 둘째가 이야기했다.
“주사 맞아야지, 그래야지 피부 가라앉아~! 무조건 맞아야 해~ 그래야 간지럽지도 않고! ”
주사 맞기 싫어하는 둘째를 데리고 주사실로 향했다.
“선생님~ 조금만 진정할 시간을 주세요… ”
주사 맞기 싫어 시간을 벌려는 둘째의 마지막 바락이었다. 통할리 없다. 나에게 포옥 안겨 양쪽 엉덩이에 한방씩 주사를 맞았다.
“안 아프지? 금방 끝났지?”
안겨있던 둘째를 내려놓으며 이야기를 했다.
”아파…. “
엉거주춤하며 둘째가 이야기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저녁에 보니 조금 가라앉았다. 그 외에 특별한 증상들은 없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날 보니 울퉁불퉁한 피부에서 울긋불긋한 피부로 바뀌었다.
걱정이 되어, 다음날도 병원을 찾았다. 약만 더 처방해 주시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정도는 학교 가도 되는데~~”
선생님 말을 듣고는 씩 웃어 보이는 둘째의 미소에 오늘 하루 데리고 있으면서 잘 쉬게 해 줘야겠다 마음이 들었다.
약을 타 집 주차장에 들어오니 운전하는 나에게 둘째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몇 살 때부터 운전했어?”
“엄마? 엄마는 늦게 했어~ 서른 중반부터 했지~왜?”
“엄마 운전 잘한다~ ”
“그래? 고마워~ 넌 엄마보다 빨리 배워~ ”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와 신발장에 들어섰는데 둘째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 남자 같아!”
“응? 왜? 머리를 올려서??”
“뒤에서 보니까 어깨가 벌어진 게 멋있어~ ”
“응?? 아 그래??? ㅎㅎ ”
두 번의 수술 후, 체력이 많이 약해져서 여름방학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2시간씩 넘게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그 노력이 보이는가 싶었다.
둘째와 훈훈한 대화가 오가고, 오후가 되니 피부가 다형홍반처럼 온몸에 퍼졌고, 난 다형홍반과 알레르기에 대해 열심히 검색을 했다.
하루만 더 지켜보고, 토요일까지 안 사라지면 피부과를 가보려 검색을 해두었다. 다행히도 토요일은 다시 깨끗하고 부드러운 둘째의 피부로 돌아왔다.
아픈 동안 잘 챙겨준 게 좋았는지 다음날 학교에서 귀여운 슈링클페이퍼 가져와서 집에서 열심히 만들어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며칠간 둘이 돌아가며 아파서 그다음은 내 차례인가 걱정했는데, 운동한 덕인지 나는 피해 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길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난 더 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