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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닮아가는 아이

크면서 아프기도 하는 거야

by 라이크수니

나의 어릴 적의 모습과 비슷한 큰딸아이는 나를 잘 따라 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적 엄마의 모습을 빤히 보고 따라 했던 것 같다. 엄마가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하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없을 때 화장품이며 옷이며 따라 입고 해보기도 하고 그랬다. 같은 여자니까 내가 가장 자주 보는 어른이니까 그 모습을 보고 닮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어서 내 나름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있을 땐 좋은 말을 써보려 노력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려 노력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운전을 하다 욕을 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집에 있는데 큰딸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에 왔다. 학원 가기 전 자투리 시간에 뭔가를 먹으며 잠시 티브이를 좋아하는 큰딸이라 평소처럼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학원 갈 시간즈음이 되어서 딸아이 옆에 앉았다.


"이제 학원 갈 시간인가?"



"응! 근데 배고파!"



"엉? 학교에서 밥 조금 먹었어?"



"응~ 맛있는 게 없어서 밥하고 깍두기만 조금 먹었어~"




큰딸은 편식이 좀 있다. 가끔 밥과 김치정도만 먹는 날이 있는 걸 알지만 내가 따라다니며 먹으라 할 수도 없고, 도시락을 싸줄 수 없으니 아이가 좀 크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있다. 가끔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싹싹 다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좋다. 그런 날이 손에 꼽지만 말이다.




학원 가기 전 유난히 배가 고프다 하는 딸이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학원 마치는 시간에 오면 딱 밥 해줄 테니 얼른 다녀오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딸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일까? 학원 가는 길에 전화가 오는 건 항상 무슨 일이 있었는데 말이다.



"엄마, 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오늘 학원 쉬면 안 될까?"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 많이 힘들어? 넌 어떻게 하면 좋겠어"


"학원 가기 싫어~ ㅠ"

항상 학원 빠지기 싫어하던 아이 입에서 학원 가기 싫어가 나오면 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그럼 집으로와~"




집에 온 딸의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고, 내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난 밥을 해두고 둘째가 왔길래 저녁 차리고 딸을 깨웠다.




"이제 일어나~ 밥 먹어~"

잘 못 일어나길래 침대로 갔다.



"엄마.. 나 열나.."



"엥? 어디 아팠어?? 어디가 아파??"



"아니~ 아픈 데는 없는데 열나.."




온도를 체크하니 열이 난다. 어디 아픈 곳이 없다는데 아주 가끔 이렇게 열이 오른 적이 몇 번 있었다.


해열제를 주고 밥도 줬다. 두 개다 먹지를 못하는 딸이었다. 워낙 약을 싫어해서 어릴 땐 약을 다 토해서 결국은 수액을 맞히러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해열제를 빨리 먹고 열이 좀 내리면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약 먹는 걸 워낙 힘들어하니 큰 딸에게는 그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둘째랑 내가 밥을 다 먹을 때 까지도 밥도 약도 먹지를 못했다. 내 속은 또 타들어 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려 주는 것뿐이다.


첫째는 약통과 물을 챙겨 화장실로 갔다. 자기 스스로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하고 스스로에게 괜찮다 괜찮다 이야기를 하면서 약을 먹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을 먹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조금 나아졌는지 다시 쫑알거리는 딸로 돌아왔다.



"근데 왜 아픈 거지? 어디 다른 곳이 아프거나 그런 건 없어??"



"응! 그냥 오늘 수업 듣는데 컨디션이 별로였다가, 아까 학원가다 집으로 오는데 막 어지럽고 쓰러질 거 같고 그랬어~ 엘리베이터에서 진짜 힘들었어~"



"그렇게 힘들면 엄마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지~! 힝.. 왜 아프고 그래~"



"뭐~ 크면서 아플 수도 있는 거지~"




내가 아이들 아플 때 자주 했던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긴장상태가 된다. 열이 오래가면 시간 맞춰서 열 체크하며 약을 먹이고 병원을 데리고 갔다. 두 명이라 한 명이 끝나면 다른 아이가 또 같은 증상으로 아프고 그렇게 긴장하며 병간호를 하고 나면 마지막은 내가 아팠다.




처음엔 아이들이 아픈 거에 너무 신경이 많이 쓰였다. 키우다 보니 아플 수 있고,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전염병은 옮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병원 가고 약 먹고 잘 자고 잘 먹으면 큰 병이 아닌 이상 시간이 지나면 치료가 된다.



아이들이 아프면 불안해하지 말라고 습관처럼 이야기를 했었다.



"크면서 아프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괜찮아~"라고 말이다.



내가 했던 말들을 큰 아이가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말과 나의 행동이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이번에도 자고 나면 열이 뚝 떨어져서 다시 하루 종일 쫑알거리는 딸의 목소리로 가득한 집이 되겠지 한다.




항상 아이가 아플 때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걱정이 많아지지만

덜 불안한 척

덜 걱정하는 척을 한다.



나의 불안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느낄까 봐 말이다.









그래도,

나를 닮아가는 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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