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못해 미안해

괜찮아, 그걸로 충분해

by 라이크수니

개학 전 방학이 좀 힘들었을까? 참느라 힘들었을까? 입에 맛있고 몸에 안 좋은 것들이 찾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 덕에 아이들과 산책하다 사 먹고, 심심해서 사 먹고, 먹고 싶어서 사 먹고..




나도 완벽한 인간이 아닌지라, 식단을 관리하지만, 참기 힘든 주간이었다.





어디서 뭐가 안 맞았는지는 모르겠다.


둘째가 속이 안 좋다고 했다. 잠깐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며칠 전부터 속이 별로라며 밤에 자꾸만 찾아왔다. 난 계속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핸드폰을 던져두고 잠을 청했다. 잠들었다가 둘째가 찾아와 달래주다 보 잠이 홀라당 달아나 버렸다.




그다음 날은 괜찮아지겠지? 다음날이면 나도 아이들도 개학인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9시쯤 되어서 집안의 불을 모두 껐다. 둘째는 속이 안 좋은지, 불안한지 자기는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며 이야기를 했다.



불을 끄고 누웠다. 계속 잠을 잘 못 자 너무나 피곤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 자야 한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모른 척해볼까 했는데, 부엌에서 서성이는 둘째의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가 둘째였으면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을 여니 첫째와 둘째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애 속 안 좋다고 자꾸 돌아다녀서 못 자겠어~"


"첫째는 들어가서 자고, 둘째는 불 끄고 엄마 옆으로와~"




지금 필요한 건 엄마 일테니 잠을 못 자더라도 둘째를 안심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침대에 기대앉아서 귀여운 둘째 손을 만지작 거리며 위와 장 혈자리를 꾹 꾹 눌러줬다.

눌러주면서 그간 둘째가 속상했던 이야기들,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축구 잘하는 친구가 자랑하며 놀려서 투닥거리며 싸우고 속상했던 비밀이야기

1학년때 본인이 만들었던 작품을 친구들이 실수로 버려서 속상했던 이야기 등

처음 듣는 속상하고, 창피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이야기하며 엉엉 우는 둘째를 안아주며, 그때의 속상함을 이제서라도 토닥여 주었다.





첫째는 그래도 잘 이야기하는데, 둘째는 한참 후에야 이야기를 해줘서 그때그때 속상함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종종 있다.


"둘째야, 속상하고, 서운하고, 슬프고, 즐겁고 그런 이야기들 엄마한테 다 털어놔~ 엄마가 다 들어줄게~ 누군가 들어주면 그 감정들이 좀 다독여 지거든~ 그러니까 엄마한테 이야기해~ 알았지?"


"흑흑.. 응응 알았어~"


울다가 웃다가 귀엽게 안기며 둘째가 이야기했다.





그러다 문득, 안겨있던 둘째에게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어보았다.




"근데, 엄마 아빠가 일반적인 가정하고는 다르게 사이도 안 좋고, 따로 사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좋지 않지.."


"엄마가 그 부분을 채워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엄마 괜찮아, 엄마로 다 채워져서 괜찮아~ 엄마로 충분해~~"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둘째를 더 따스하게 껴안았다.





내 마음에 항상 있는 미안한 마음,

내가 절대로 채워줄 수 없는 것,

채워질 수 없는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떻게 자리 잡았을지..

항상 미안하고, 마음이 쓰였다.




괜찮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화목한 엄마 아빠이길 바라는 것도 알고,

그걸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아는 아이들이다.




"엄마로 충분해, 채워져"

라는 그 말이...

항상 비어있는 내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둘째는 이틀밤을 내 옆에서 쫑알거리며 꽁냥 거리다 방으로 가서 잤다.


결국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먹고 있지만,

그 덕에 난 계속 잠을 설치고 있지만,

둘째의 비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서,

둘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고마워, 그렇게 이야기해 줘서.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