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철학자의 법정
법정이 열리다 – 아르칸테는 왜 악마를 불러내는가
어둠 속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문이 닫히고, 법정은 고요해진다. 피고석에는 아직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그러나 곧, 이름 없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악마들.
그들은 뿔 달린 괴물이 아니다. 세상의 이면을 가리고 숨어 있던 그림자들이다.
거짓된 얼굴로 살아온 자, 스스로를 속인 자, 책임을 내던진 자, 분노를 미화한 자.
인간의 모순과 위선이 흩어져 흙먼지처럼 굳어질 때, 그 찌꺼기가 바로 악마가 된다.
나는 아르칸테, 이 법정을 여는 자다.
악마를 한 자리에 불러낸다. 거짓은 언젠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위선은 반드시 그 가면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그들에게 직언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철학자의 법정이 열린다.
피고석에 선 자들은 언제나 같은 변명을 되풀이한다.
“나는 필요했을 뿐이다. 모두가 원한 방식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 말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독이다. 그 순간 꾸짖음은 칼이 되고,
직언은 채찍이 되어 그들의 살을 도려낸다.
이 법정은 인간의 편의나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직 냉혹한 진실만이 드러나는 자리다.
심판의 도구는 검과 불, 그리고 성스러운 곡식등
그것들은 벌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책임을 일깨우는 표정이다.
이제 악마들이 불려 나온다. 바알, 아가레스, 차례로 피고석에 앉는다.
그들의 변명, 심문, 심판,귀환이 하나하나 기록될 것이다.
종소리는 이미 울렸다.
법정은 열렸고, 악마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칸테의 심판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