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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Jul 07. 2022

마음의 코어 근육은 뭘까?

흔들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이내 균형을 잡는 것


마음의 코어 근육을 마음에 대응해보면 당연히 자존감 같은 게 아닐까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때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잖아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마치 환상의 동물 같아요. 다들 꿈꾸면서도 다들 고민하는 부분이죠. 진짜 자존감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요? 우리가 보는 어느 누군가는 자존감이 높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형태의 고민과 과제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아직도 고민하고 흔들릴 때도 있잖아요.


흔들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이내 균형을 찾는 것, 자신을 위한 선택을 적절한 때에 적절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것, 자신의 좋은 면도 좋지 않은 면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런 마음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들이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의 사전적인 정의는 자신을 스스로 가치를 갖춘 존재로 여기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랄지, 자신을 바꾸지 않고 수용하는 마음 등등의 많은 정의와 설명들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을 때도 있어요. 어느 정도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나에게도 좋은 점이 있고,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봐도요, 설득으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무의식 중에 내 안에서 나를 공격하고 비하하는 생각들을, 의식적이고 논리적으로 반박해봐도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 순간들이 자꾸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나의 어떤 부분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나의 어떤 부분들은 또 너무 싫고 숨기고 싶어요. 이건 마치 아무리 봐도 싫은 사람을 억지로 사랑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의식적으로 계속 설득하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 오는 걸까요?




다시 몸으로 돌아가면 내 코어 근육은 플랭크만 하는 게 아니에요. 플랭크를 하면 곧 코어 근육이 강해진다기보다는, 팔꿈치를 딛고 몸통을 들고 버티는 그 동작을 잘하게 되는 것이죠. 내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특정한 고통을 내가 잘 버티고, 잘 이겨냈다고 해서 갑자기 총체적인 자존감이 훅 높아지는 게 아닌 것처럼요. 물론 고통 앞에서 담대할 수 있는 마음은 성장했을 수 있죠. 하지만 이게 곧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자존감이랑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코어가 안정적일수록 우리는 더 강력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근데 놀랍게도 코어 안정화는 내가 의식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이에요. 코어 안정성이란 내가 의식하지 않고 팔다리를 움직이고 흔들리더라도 내 몸통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반사적으로 잡아주고,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적당한 조절을 적당한 타이밍에, 정확한 자세와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해요. 그래서 어떤 동작이나 움직임을 수행할 때 불필요한 긴장과 과한 힘을 쓰지 않고, 파워하우스와 사지근육을 연결을 통해 최적의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죠.


아니, 눈에 보이고 운동 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몸도 진짜 이렇게 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내 마음은 어떻게 조절하고 움직여야 하는 걸까요?


제가 1년 넘게 심층 정신분석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과 행동, 기분과 직감 같은 것들이 나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결정돼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내가 의식적으로 타당한 생각과 근거들을 갖다 붙여서 내가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그럴듯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어떤 과학 채널에서 사람의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서 오른손을 들게 만든 다음에 그 사람에게 갑자기 왜 오른손을 들었냐고 물어봤다고 해요. 그 사람은 자기가 갑자기 오른손이 들고 싶어 져서 들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저는 의식에 있는 부분도 엄청 노력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건데, 보이지도 않는, 무의식에 건설된 세계에서 나도 모르는 수많은 연산을 거쳐 나온 결과값을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인지하고 있는 거였어요. 그럼 의식 세계보다 훨씬 큰 그 무의식의 세계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 걸까요? 어떻게 수정해야 무의식적으로 나를 폄하하고 공격하고 의심하는 나의 내부 감시자가 더 이상 과활성화되지 않게, 더 이상 나를 공격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요. 나의 수치심을 가리려고, 어떤 부분에서 지나치게 자부심을 쌓으려고 과로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쉬게 해 줄 수 있을까요. 남이 나를 나쁘게 볼까 봐, 좋아해 주지 않을까 봐 계속 나를 존중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려버리는 나의 무의식 세계는, 내 의식적인 노력으로 수정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또다시 내 코어 근육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럼 코어를 키우려면 플랭크를 하면 안 되는 거냐? 그건 또 아닙니다. 팔꿈치를 대고 정적인 자세에서 플랭크를 했다면, 다른 포지션으로도 해보고, 동적으로도 해보면서, 그 와중에 내가 몸통의 안정을 잘 잡고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을 해나가야 됩니다. 특정 적응성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팔꿈치를 대고 엎드려 플랭크를 할 때 코어의 안정성을 잘 지키는 것은, 딱 그 자세에서 코어가 적응하고 강해진 것이죠.  


정적으로, 다른 포지션에서, 또 동적으로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많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도 잡고 버틸 수 있게 됩니다. 내 코어의 활성화가 플랭크에서 시작해 점점 확장되는 것이죠. 코어의 안정화는 물론 무의식 적이고 반사적인 것이지만요, 내가 약해져 있는 부분을 알고, 그걸 의식적으로 집중하면서 연습하고, 자세와 움직임을 확장시키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내 근육에도, 신경에도 그런 경험과 습관들이 누적돼요. 내 근육들도 내가 움직이는 동안 코어를 안정적으로 붙들고 있어 주는 것이 내 몸에 더 안정적이고, 다른 근육들도 불필요하게 피로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런 경험이 많이 쌓이면 비로소 나는 많이 의식하지 않고도 내 코어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사정없이 흔들리던 회원님들이 100%의 의지로, 순전히 노오오력해서 안 흔들리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코어가 흔들리지 않게 때로는 멈춰서도 연습하고, 때로는 움직이면서 이 방향으로도, 저런 방식으로도 움직이면서 연습과 반복을 쌓아가요.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같은 흔들림이 왔을 때 ‘오! 예전보다 훨씬 안 흔들려요!’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죠.



살아가면서 우리의 뇌와 신경계는 퇴화한다고 알고 있지만, 신경은 계속해서 재생되고, 새로 태어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해요. 우리의 몸이 그렇듯이 마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도, 마음도 균형 잡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나도 안 흔들리면 좋을 텐데 삶이 우리에게 그렇게 해줄 리가 없죠. 제가 수업 전에 발란스 트레이닝을 할 때 한 발로 서서 균형 잡는 연습을 해요. 보통 발 바깥쪽과 앞 쪽을 많이 써서 허벅지 앞쪽과 바깥쪽으로만 힘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기대 왔던 근육, 그래서 힘이 세졌고, 그래서 더 기대게 되는 근육들이죠. 근육들의 힘이 이렇게 불균형 해지면 체형이 삐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발 바깥쪽을 쓴 만큼, 발 안쪽도 쓰고, 발 아치는 동그랗게 살려놓고 균형 잡고 버티기를 연습합니다.


이때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흔들리지 않으려고 발 바깥쪽으로만 버티지 않기.” “바깥쪽이 무거워지면 안 쪽으로 힘쓰는 근육들을 써주고, 또 안 쪽이 너무 무거워지면 바깥쪽으로 힘쓰는 근육들을 써주세요.” “들썩들썩 흔들려도 괜찮아요. 계속 균형 잡으려고 반응을 해주고, 나중에 그게 빨라지시면 균형을 잘 잡으실 수 있어요.”


그걸 마음에 가져다 붙일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흔들리기 싫어서 항상 버티는 쪽으로만 버티지 않기. “흔들흔들 하더라도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동안 코어는 계속 활성화돼요.”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쪽으로만 버티면서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겪어내는 것. 제가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도 비슷해요. 이 상담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충분히 겪고 경험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내가 플랭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습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선택한 경험을 확장해나가고, 그 좋은 경험들과 내 마음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는 것. 그 과정에서 코어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나의 무의식도 좋은 방향으로 수정되어가요. 그렇게 내 마음의 힘이 키워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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