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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Jan 28. 2023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가려는 힘과 가지 않으려는 힘, 동시 수축

필라테스는 기본적으로 척추의 모든 움직임을 다양하게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시퀀스가 구성됩니다. 척추는 크게 굴곡, 신전, 측굴, 회전 등의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 모든 움직임들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라테스의 목적이기도 하죠.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능동적이면서도 나를 보호하는 움직임'과 연결되죠. 굽은 등이 그저 편해서 굴곡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굴곡을 해야 할 때, 올바른 힘과 움직임으로 굴곡을 만들 수 있도록 내 몸에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학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필라테스 스완(척추의 신전)


이 자세를 봐주세요. 척추의 신전은 척추신전근으로 불리는 몸통 뒷면의 근육만 조이면 되는 걸까요? 만약에 몸통 앞쪽에서 허리를 지지해 주는 복부의 힘 없이, 뒷면 근육들의 힘에만 기대서 저 자세를 하게 되면 허리에는 엄청난 부하와 무리가 가게 될 겁니다. 몸통 뒷면에 있는 근육들이 신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면, 몸통 앞면에서는 그 반대되는 힘들로 허리를 충분히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즉 몸통의 앞면의 굴곡을 만드는 근육들도 함께 쓰이고 있어야 하죠.


건강하고 안전한 신전을 하기 위해서는 신전을 하려는 힘과, 신전을 하지 않으려는 힘을 동시에 쓰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앞뒤에서 수축하는 힘을 팽팽히 유지하며 신전한 것과, 나의 유연성에만 기대어서 지지해 주는 힘 없이 과하게 꺾어버리기만 한 것은 분명히 질적으로 다른 움직임이 됩니다. 건강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우리는 신전을 하면서도, 신전하지 않으려는 힘을 동시에 써야 해요. 이 것을 동시 수축이라고 하죠.




동시수축


수업을 하다 보면 저는 많은 자세를 다양한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하는데요, 똑같은 동작을 같은 말로 설명해도 사람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움직임은 천차만별입니다. 움직이는 패턴에는 성격이 많이 묻어 나오기도 해요.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쓰며 긴장하고 있어서 움직임에 제한이 많은 회원님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유연해서 가동범위는 넓지만 지켜주는 힘이 하나도 없어서 부상의 위험이 있는 회원님.


제가 수업을 했던 친구도 이런 움직임 패턴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신기하게도 그 친구는 삶을 살면서도 많은 것에 쉽게 도전을 했다가 금세 발을 빼버리는 선택을 많이 했습니다. 동시수축 없이 냅다 과신전을 해버리는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그 친구 입장에서는 금방 발을 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상태로 계속 있으면 부담이 누적되어 다치게 될 거니까요. 마치 위에 신전 자세를 반대되는 힘으로 지지해주지 않은 채로 계속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되어 다치게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 동시 수축을 우리의 마음에 가져가본다면, 어떤 것에 도전할 때 도전하려는 힘과,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을 동시 수축처럼 팽팽히 유지하면서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가야 나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필라테스를 통해 가려는 힘과 가지 않으려는 힘이 팽팽히 저항하면서도 결국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을 우리의 몸과 뇌에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그런 힘을 쓸 수 있도록 연습하고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우리의 뇌에는 이렇게 최적화된 움직임 패턴을 학습시킵니다. 이게 반복되어 쌓이면 스튜디오를 나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그런 힘과 움직임 패턴을 기반으로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탄탄하면서도 유연하게


그러면 앞뒤에서 꽉 조이는 동시 수축만 잘 유지하고 있으면 될까요? 우리 발의 아치에서도 이런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요. 하루종일 내 체중을 버텨주는 발의 가장 큰 아치는 무너지지 않고 동그랗고 탄탄하게 유지가 되어야 체중 분산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내가 걸어 다니고 움직일 때는, 그렇게 딴딴하게 아치만 유지하고 굳어있는 게 아니라 동시에 유연하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움직임이 가능해야 발의 모든 관절을 사용하며 최적의 전략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근육은 너무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기만 해도 안 되겠고요, 늘어나 버린 고무줄처럼 유연하지만도 않아야 합니다. 동시 수축할 수 있는 힘을 연습했다면 이제 다양한 방향으로, 다양한 범위로 움직여볼 차례입니다. 탄탄하면서도 유연하게 말이죠.


너무 유연하기만 하면 발의 아치가 무너질 것이고, 너무 딴딴하기만 하면 움직일 때 제한이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각자의 몸에 맞는 최적의 전략은 사람마다 범위도, 방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의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최적의 전략


필라테스의 여러 동작은 기본적으로 몸을 기능적으로 회복시키는 원리를 가지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허리의 전만이 과한 사람에게 과전만을 일으키는 동작을 시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안 좋은 선택이 되겠죠. 아무리 동시수축을 유지하며 움직인다고 해도요. 반대로 굽은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굽은 등을 더 일으키는 동작을 시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 못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반대되는 힘들이 항상 저항을 하면서 움직여야 하고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다양한 범위로 움직이는 것을 연습해야겠죠. 그 많은 움직임들을 통해서 결국 우리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안전하고도 건강한 최적의 전략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전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옆의 사람이 큰 범위의 신전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요.




내 마음에도 최적의 전략을 찾아줍시다


몸에서와 비슷하게 내 마음에도 유독 약한 부분이 있고, 강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 부분들을 잘 알아줘야 나에게 맞는 최적화 전략을 세우고, 그 움직임을 위한 방향과 범위를 잘 설정할 수 있겠죠. 그저 참는 게 쉽고 익숙해져서 참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의도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처럼요. 나는 충분히 거절을 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고, 양보도 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은 양쪽의 힘을 모두 연습해야 합니다.


신전을 못해서 굴곡을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신전도 할 수 있고 굴곡도 할 수 있는데 나의 의도에 맞게. 굴곡이 필요할 땐 굴곡을 하고 신전을 하고 싶을 땐 신전을 해낼 수 있게 말이에요. 그 모든 걸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에게 최적화된 전략을 생각할 수 있겠죠. 신전을 못한다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굴곡을 해야지.'라고 마음먹는 건 그게 익숙해서 혹은 두려워서 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거절이 참 어렵고, 동시에 거절에 대한 공포가 커서 주변에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지나치게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 충분히 도와줄 사람이 있는데도 혼자 고립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은 사건에서 소소한 도움들을 받아 오히려 교류와 소통이 생기는 일이 많은 데도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작은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잘 안 하던 행동이다 보니 '아 별것도 아닌데 괜히 부탁했나.' 하면서 이불킥을 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쓸 텐데 말이죠. 그렇게 작은 요청으로부터 시작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다 보면 좋은 경험이 쌓여서 조금은 안전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좋은 경험만 하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항상 그런 일만 일어나지는 않죠. 나쁜 경험이 생기더라도 또 마데카솔을 바르고 대일밴드를 붙이는 것처럼 작더라도 좋은 경험들을 쌓아서 덮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어떤 기자님은 100번 거절받아보기 같은 도전을 하고 체험 수기를 쓰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거절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아마 영원히 조금은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의 움직임을 너무 제한할 정도가 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작더라도 충분히 요청도 해보고 거절도 당해보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거절이 곧 나에 대한 거절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내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가려는 힘과 가지 않으려는 힘이 팽팽히 저항하면서도 결국은 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움직임들 속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연습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뼈가 그렇게 생긴 이유가 있는 것처럼 내 마음이 그렇게 생긴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몸을 공부하다 보면 마음과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위에 잠깐 소개해드린 내용인, 발의 아치와 올바른 걸음걸이에 대한 글도 같이 읽어보세요:)


발과 발목의 움직임을 회복해서 엉덩이로 걸어 다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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