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 정도인 나를, 이 정도라도 하는 게 어디냐고 생각했다
하릴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쓸데없는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다 보니 , 세상에는 정말 많은 뉴스가 있었다. 거의가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데이트 폭력, 강력 범죄, 이유도 알 수 없는 피해와 피해자, 억울한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마음을 비우고 욕심이 없을 것 같은 스님들의 마약 범죄. 내가 보기에는 돈도 많고, 잘 생기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도박이라던가, 각종 범죄.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 사는 거 진짜 재미없고 의미 없나 보다.’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믿음에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가족들과 연을 끊어가면서까지 평생을 바쳐 도를 닦고 진리를 공부하고, 부족한 것 한 점 없어 보이는 재산과 주변 사람들과 외모와 명성이 있더라도, 여전히 사는 거 진짜 재미없고 의미 없나 보다.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
맨날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 ‘어떻게’ 되고 싶었다. 이를테면 지금보다 돈이 많고 싶었고, 친구가 많고 싶었고, 조금 더 생각하는 게 현명하고, 아는 게 많고, 조금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조금 더 이쁘고 날씬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바라는 바가 많았다. 조금 더 사랑받고 싶었고, 조금 더 인정받고 싶었고, 조금 더 존중받고 싶었다. 내가 보기엔 나보다도 훨씬 많이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일을 할 정도로 자신의 마음이 해결되지 않은 거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곳에 도착하더라도 내 마음이 해결되지는 않겠구나. 지금 여기에서 내 마음의 불편한 구석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면, 저런 이상한 일을 벌이지도, 벌일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도착할 수 있다면 내가 더 돈이 많지 않아도, 더 친구가 많지 않아도, 더 똑똑하고, 더 좋은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겨우 우울함에서 벗어났을 뿐이고, 그게 남들과 비교했을 때 0인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나는 정말 노력하고 발버둥 친 건데, 이렇게 애를 써서 많이 올라온 줄 알고 옆을 봤더니, 나는 한참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서 이제야 겨우 0이 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0에서 시작해서 이만큼 노력했으면 더더 많이 올라가서 지금은 플러스 몇 점쯤은 돼있었을 텐데. 이렇게 발버둥을 쳤는데 겨우 0점에 온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무력감을 어쩌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생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게 자연스럽게 해 나가는 일일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나라는 생명체가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가 이 세상에 적응해서 살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난 것 같은데. 나라는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침대 위에 누워서 눈만 끔뻑거리면서 사지 멀쩡한데 병신처럼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했던 지경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는 일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다니는 직장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좋은 근무 조건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제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만큼을 내가 해낸 거고 그 정도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만큼 밖에 안 되는 나를 원망하고 책망하기를 멈추고, 그냥 이 정도인 나를, 이 정도라도 하는 게 어디냐고 생각했다. 원래는 죽는 거였는데, 뭐 그래도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시체 같은 상태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의 일상생활이라도 해나가는 게 어디냐고.
나는 100 점에서 서서 90 점, 80 점인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제 겨우 0이 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 90 점, 80 점인 것 같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해대는 걸 보니까 90 점, 80 점이 된다고 해서 내 마음의 문제가 다 해결될 건 아닌 거 같았다.
‘나는 원래 죽는 거였는데, 아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시체였는데, 오늘 세수라도 했다면 1이라도 해낸 거야. 그럼 나는 0 점에서 1 점이 된 거지.’
이건 죽지도 살지도 못했을 내가 살아남아서 만들어낸 나의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잘 해내더라도, 좀 못 하더라도 뭐라도 해낸 것 자체가 내가 만들어낸 보너스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