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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 Oct 11. 2023

14. 손님 여러분에게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름 있는 진짜 책방의 시작을 열어준 분들께

친애하는 '이름없는 중고책방' 손님들께.


안녕하세요, 손님들! 나태주 시인은 꽃들에게 인사할 때도 한 송이 한 송이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인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오늘은 어쩐지 한꺼번에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를 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데 손님들의 영향이 지대했거든요. 아무래도 '지대하다'라는 말로도 부족하겠지요.


책을 중고로 거래하기 위해 처음 당근마켓을 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햇살이 좋은 날이었고, 동네 공원에서, 동네에 계신 줄도 모르고 살았던 어느 여성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그분이 고른 책, 제가 쓴 편지를 품에 안고 햇살보다 더 따스히 웃으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책을 다 읽으면 또 연락해 다른 책을 사겠다고요. 이후로는 온라인으로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 책을 거래했습니다. 마음을 나누기도 했지요.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금천구에서, 충청도 청주에서,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 강동구에서, 송파구에서, 관악구에서 제가 고른 책과 편지를 읽으며 조금은 더 행복하셨을까요? (마지막 발송지인 양천구 손님께는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도 '곧'이라며 연락을 드렸었는데, 손님도 아주 놀라실 만한 이벤트가 있으니 양해해 주시겠지요? 곧 공개합니다.)


'책방지기가 주문자의 취향을 고려해 임의로 책을 고른다. 한 번 다시 읽는다. 편지를 써서 보낸다. 언제 읽기 시작할지, 언제 발송할지 모른다' 제법 막무가내인 이상한, 이름도 없는 중고책방에서 책을 주문하고 오랫동안 기다려 책과 편지를 받아주신 손님들. 손님들이 없으셨다면, 저는 이름이 있는, 진짜 책방을 오픈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삶에 정해진 대로가 있다면 언젠가는 도달했을지 모르겠으나, 아마 지금 이 순간, 이런 모양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손님들께 보낼 책을 다시 읽으며, 한 시절 저를 움직이고 살게 했던 문장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웃고 눈물을 훔치고 코를 훌쩍이다 감사했습니다.


저는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동네책방을 오픈합니다. 책 읽기 좋은 시월에요. 연휴에 주문한 테이블과 의자가 아직 오지 않았고, 책꽂이도 어제에야 주문했습니다. 사업자 등록 후에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책들을 주문해 진열할 것입니다. 아직 꾸려나갈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대로 만들어진 깨끗하고 예쁜 책방에, 곧 손님들처럼 따뜻한 분들이 찾아오시겠지요? 막무가내 규칙을 고수하며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던 책방지기는, 이제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언제든 다정하게 손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한 송이 한 송이에게 "꽃들아 안녕!" 인사하면서요.


손님 한 분 한 분께 보내드리던 편지를, 이제는 '매일메일 편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분들께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한 달에 스무 통의 편지를 보내드리며, 구독료는 한 달에 만 원입니다. 서비스 정식 시작일은 미정이며, 시범 서비스로 샘플 편지를 보내드리고자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신청일이 내일까지니 촉박하다 여기실 수도 있겠으나, 간단한 양식만 채워 제출하면 되니, 오랜만에 책방지기의 편지를 받고 싶은 분들은 양식을 제출해 주세요. 소개란에 '이름없는 중고책방' 출신임을 밝혀주시면, 제가 마음으로 더 따스히 반겨드리겠습니다.


손님들과 멀리 살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실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편지를 쓰는 날은, 오래 기다리신 만큼 더 부지런히 정성껏 글을 썼고, 글을 쓰기 전에도 자주 손님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날 하루하루를 더 선명하고 깊게 살면서, '이런 걸 편지에 써 드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https://naver.me/5SyUh5TS

유료 서비스 전, 책방지기의 편지를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총 세 통의 편지가 발송됩니다. 아래 양식을 채워 제출해 주시면 세 통의 편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름 있는 제 책방에서도, 손님들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언젠가 책과 편지가 도착할 거라 믿고 오랜 시간 저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제가 먼 곳에서 깊은 응원을 보내니, 부디 어제보다 좋은 하루를 보내 주시길-!


-진짜 책방지기가 된 책방지기 드림






*위 편지는 2023년 10월 6일에 작성한 편지입니다.

샘플 편지 신청 시기는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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