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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un Mar 26. 2024

대학동기 모임

조직문화가 배기 시작할 무렵


불금 저녁,

S는 대학 동아리 동기 모임에 가는 길이다.

자율출퇴근제를 이용해 평소보다 2시간 앞서 강남행 퇴근 버스에 올랐다.

어둑하고 따뜻한 실내,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으니 스르르 잠이 든다.

단잠 자다 눈이 떠져 창밖을 보니 차로 꽉 막힌 도로 정경이 눈에 들었다.


‘아, 양재구나. 이제 내릴 준비를.’


좌석을 바로 세우고 핸드폰 화면을 거울삼아 머리와 얼굴을 매만져 본다.

십여 분 달린 버스는 강남역에서 탑승객을 내려주기 시작했다.

S도 줄에 합류해 발걸음을 따라 옮긴다.



아스팔트에 발이 닿으니, 10월의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닿아 더없이 기분이 좋다.

S는 덜 깬 잠을 쫓으며, 모임 장소로 총총걸음을 옮긴다.


시끌벅적한 호프집에 도착해 가게 안을 둘러, 일행을 찾아 민수와 강산이 있는 테이블에 합류한다.


오늘은 테니스 동아리 동기 중 지방에 있는 둘과 프로젝트로 야근해야 하는 지웅, 개인 일로 참석하지 못하는 규철을 제외한 여섯이 보기로 했다.

S, 민수, 강산, 영진, 지수, 동준!


대학 4년 동안 붙어 다녔는데, S는 졸업하고 3년 만에 처음 모임에 참석한다.

취준생 2년과 입사 초 적응하느라 정신도, 여유도 없어 계속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다 오늘에서야 왔다.


오늘 모임은 과 동아리 동기가 아닌지라 전공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한 회사도 다양하고.


같은 해 같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사회 진출 시기, 분야와 회사는 모두 다르다.

연차 역시 3~6년으로 조금씩 다르다.




오래간만에 만난 동기들과 한참 얘기하니, 문득문득 동기들에게 낯선 향기가 느껴져 S는 놀란다.

대학 때의 익숙한 모습에 낯선 겉옷이 걸쳐진 것처럼.


복장도 달라졌다. 학교 때는 체육복이나 면티에 청바지였는데,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된 거 같다.


친구들 모습을 찬찬히 둘러보니 얼마 전 기사에서 본 기업 이미지 조사가 생각났다.

설문조사로 국내 대기업 직원의 이미지를 나타낸 것인데, 어쩐지 동기들 모습이 몸담은 기업의 이미지를 닮아가는 것만 같다. 


옷차림과 말투, 외모와 매너까지.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생각에 질문이 더해진 S는 시끌벅적한 소음 속 홀로 있는 고요함이 느껴진다.

이런 S를 눈치챈 민수가 맥주잔을 들어 건배를 권하자, 시끌벅적한 현실 모임 세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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