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차 개발 엔지니어 W.
그는 자동차용 램프를 만드는 사업부에 소속돼 있다.
주요 고객은 완성차 회사로, 생산 제품의 60%는 배에 실려 해외 공장으로 간다. 이렇게 나간 반제품은 완성차에 조립되어 통상 1~2년 뒤 시장에 나오게 된다.
W가 속한 사업부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 중이다. 프로젝트도 계속 따오고, 신규 고객도 확보하며.
하지만,
올해 회사 전체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십 년 중 최악이라는 말까지 돈다.
작년 4분기에 완성차 고객 주문이 조금씩 빠지더니, 올 상반기를 지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에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줄었다. 성장에 맞춰 조금씩 확장한 공장 Capa가 절반은 남는 상황이다. 심각하다.
이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는 지배적 예측은 더 심각하고.
회사 밖은 경기 침체니, 무역 적자니, 먹구름 잔뜩 낀 뉴스 기사가 퍼지고 있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엔 사내 긴장감은 높아진다, 곧 있을 임원 인사로.
특히, 이 맘때 실적과 내년 전망은 그들 생존에 직결된다.
사업부 실적이 안 좋으면 몇 배로 밴 긴장이 조직의 아래로 전해 진다.
매주 실적 압박을 받는 임원 스트레스가 느는 게 보인다.
살아남느냐 잘리느냐?
회사 결정에 당장의 밥줄이 걸린지라, 눈은 극도의 피로로 충혈되고, 간절함에 눈빛은 흔들리고, 실적을 높게 혹은 좋게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많은 이가 부러워하는 임원, 누군가의 꿈이기도 한 자리.
회사에서 준 특별한 기회만큼 기대가 크고, 많이 받는 만큼 성과로 돌려주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을 십 년 넘게 마주친 W, 매년 낯설고 적응되지 않는다.
실적이 좋았던 W네 사업부는 그나마 덜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11월 초, 임원 인사가 코앞인데 회사에 흉흉한 소문이 돈다.
회사 실적 개선을 위해 비용을 낮추어야 하니, 인원 감축의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 한다.
임원 40%를 집에 보내고, 직원 20% 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있고, 그다음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비눗방울처럼 떠돌고 있다.
또다시 살얼음 걷는 위태로운 분위기가 회사 전체를 감쌀 걸 생각하니, W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들의 일상은 불안해지고, 삶은 또 흔들릴 예정이니.
W는 반복하는 고민에 빠진다.
'직장생활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나는 어디를 보며 걸어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