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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un Jul 02. 2024

'성과와 경쟁' 틀 속 직장

신입사원 M


M3개월 차 신입.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순환 근무는 부서 배치 전, 3주씩 다른 부서를 돌며 업무를 체험해 보는 신입 연수 프로그램이다.


M은 첫 순환 근무지로 구매팀에 보내졌고,

그다음은 유럽 영업에.


2주 차. 


독일 지역을 맡은 김 차장과 북유럽 담당 이 차장. 이 둘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신경전은 누가 봐도 극명하다. 대놓고 하는 싸움이 연일 이어진다.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유럽 영업 전체 회의.

오늘은 신입참석하라길래 대회의실 뒷자리에 앉았다. M의 사수 한대리가 옆자리에서 말을 한다.


“이 회의는 한 달 동안 매출 점검하고, 다음 달 실적 예상하고, 어떤 이슈가 있고, 상무님 의사결정받아야 하는 거 얘기하는 자리예요.
뭐, 가끔 분위기 살벌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괜찮을 거예요. 요즘 실적 괜찮거든.”





상무님의 배석과 함께 회의 시작.

M따분하고 졸리다. 무슨 얘기들이 오가는지... 회의내용 이해가 힘들다.

분명 한국말이지만 용어도 낯설고, 상황 파악과 대화 해석이 어렵다.

티키타카 대화하는 선배들이 신기할 뿐.



삼십 분쯤 지났으려나, 졸음이 확 달아난다.

차장의 현황 보고 시간, 이 차장은 비판을 넘어 비난을 한다. 이 차장 반박에 김 차장은 다시 조목조목 대응고.


"이 차장님 오늘 좀 세게 태클 거시네. 저러다 싸움 나는 거 아닌지 몰라."

한대리가 들리는 혼잣말을 뱉는다.


둘의 대회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M의 졸음을 쫓는다.



회의실 안을 둘러보던 M의 눈은 임상무에게서 멈춘다. 그가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동유럽 지역을 좀 소홀히 했지? 내년은 동유럽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려는데, 어디서 해볼래?”



아니나 다를까, 김 차장과 이 차장이 서로 자기 팀에서 하겠노라 한다. 신경전 다시 시작.


임상무는 중재를 포기하고 결정을 다음 회의로 미루자 한다. 이렇게 회의는 끝났.




회의실을 나와 휴게실 가는 길, 

커피를 들고 나오는 선배 둘 얘기에 M의 귀가 꽂힌다.

“와, 어떻게 저렇게 매일 신경전 하며 냐.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어쩌겠어, 내년 그룹장 자리는 하나인 걸,  둘 중 한 명만니 어쩔 수 없지.”

“야, 근데 임상무는 둘 경쟁시켜 놓고 은근 즐기는 거 같지 않냐?”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선배의 대화는 여기까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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