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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un Jan 22. 2024

아늑한 온실 문을 나선 순간

회사 조직을 뛰쳐나온 날


M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창업을 한 적 있다. 친구 둘과 수업 과제로 제작한 앱을 앱스토어에 올린 게 시작이었다.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곧 깨닫는다, 앱 잘 만드는 게 다가 아니었다. 입소문으로 사용자가 늘었지만, 시시때때로 발생한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 창업 멤버들과 갈등이 다툼으로 번졌고, 결국 1년이 안되어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이후 M은 대기업에 입사했다. 한기 가득한 실외에서 온기 가득한 실내로 온 것처럼 이곳은 M에게 아늑하다. 창업한 회사는 작은 규모임에도 공동 운영할 때는 직원, 돈, 제품, 투자, 고객 불만 등등,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는데, 거대 조직에서는 주어진 역할, 하나만 잘 해내면 되었다.


상품기획 부서에서 일하게 된 M은 선배들 지시에 따라 제품 로드맵과 신제품 기획에 에너지를 쏟고, 간헐적으로 생기는 양산 제품 이슈를 챙기면 된다. 그 외, 돈, 투자, 직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한결 스트레스가 줄었다.




대기업 생활은 많은 부분 안락하지만, 다른 한 편은 무채색마냥 따분하고 가끔 지루하다.

조직은 각자가 할 일을 정하고, 여러 사람이 성과 내는데 함께 해 일하는 과정이 든든하지만, 가끔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마저 들어 M은 한 번씩 숨어 지내기도 한다.


회사에 적응될수록 M은 마치 거대 기계 속 부품 같은 느낌이 든다.

이때 심정을 회사 수첩에 메모로 남겼다.

회사 조직 속, 나는 완전히 일치가 안된, 한두 발 치 떨어진 것만 같다.
내가 없어도 이 조직 시스템은 별 이상 없이 돌아갈 거고....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7년이 지날 무렵 단조로운 일상을 깨기로 결심했다.

‘딱 10년 채우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자. 30대엔 회사에서 일했으니, 40대엔 내 일을 해보자!’


만 10년을 채우고 사표를 과감히, 아니 소심하게 제출했다. 과감히 던지고 싶었지만, 실상은 덜덜 떨리는 심장을 움켜잡고 사직서를 작성했다. 수년에 걸쳐 준비했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확신이 없어 불안했기에.


퇴사 결심을 하고 3년, 이를 악물고 버틴 기간이다. 떠날 마음을 먹으니 회사에 있는 시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또, 수시로 결정이 흔들려 내적 갈등을 겪기도 했고.


10년이 채워질 때까지 생활 자금, 시장 트렌드, 창업 시장, 정부 지원책 등 틈틈이 정보를 쌓아 세상에 감 떨어지지 않게 준비했다.




그렇게 3년을 준비해 안락한 온실 문을 열고 차가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창업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테니, 회사에 있을 때 3년 동안 준비한 뒤 조직을 나왔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조직 생활이 그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직 속에서 M은 주어진 영역에서 할당된 일만 하면 되었다. M의 영역을 벗어난 일은 조직의 다른 이에게 요청하면 거뜬히 해결했는데, 당분간 혼자 해결해야 한다.


퇴사하고 창업한 지 만 2년, 여전히 불안한 안갯 속을 운전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민하고 노력하고 행동하고 성취하는 시간들. 그 사이 들어오는 작은 성공의 기쁨, 이 맛에 살고 버티고 있다.


홀로 맞선 세상,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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