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대치동 학원가를 지날 때마다 아내와 다투던 대화 내용이다. 4차선 도로중 하나, 많게는 두 차선을 차지하고 있는 정차 차량들. 자녀들을 학원에 태워주는 부모들이다. 부동산이나 강남 인근 지역주민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대치동 학원가로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다.
'00 아파트에서 대치동까지 라이딩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00 아파트에서 대치동 학원가 도보 가능한가요?', '00 학원 셔틀 어디까지 오나요?', '밤 10시에 아이 데리러 갈만 한가요?'
아침 '0교시'에 지각할까 봐 학교까지 부모님 차를 얻어 타고 간 적은 있으되 학원까지는 늘 셔틀버스, 셔틀이 안 가는 곳엔 마을버스라도 타고 다니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치동 학원을 다닐 정도면 적어도 중학생일텐데 부모가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나이인가, 또 하나는 대치동 학원은 정말 이렇게 하면서까지 멀리서 다닐 정도로 잘 가르치는가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아내의 항변(?)은 이랬다. 입시 때는 시간과 공부할 체력이 생명인데, 차를 타고 오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확실히 덜 힘들다. 따라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학원에, 야자까지 끝나고 오는 자녀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 부모로서는 그 시간이 유일한 대화의 기회라고. 그런가. 겪어본 적 없는 일을 판단할 수 없어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를 보면 늘 엄마가 학원가는 차 안에서 딸과 이런저런 얘기하는 장면이 나왔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대치동 학원 교육의 효과는 어떨지. 물론 잘 가르치지 않을까? 그러니까 유명한 거겠지. 다만, 인터넷강의가 이렇게 발달한 시대에 길가에 이동시간까지 버려가면서 현강(現講)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뭘까. 몇 가지 이야기는 들었다. 현장에서 즉시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좋든 싫든 정해진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공부해야 하니까, 간혹 현강용 자료를 따로 주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등등... 하지만 '대치키즈'들에 따르면 그건 매우 소소한 장점이라고 했다.
현강의 장점은 결국 '분위기'라고 했다(그렇다, 돌고 돌아 또 분위기다). 다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에서 오는 동기부여와 안도감이 큰 것 같다고.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까지 인강(인터넷 강의)을 거의 듣지 않았다. 집중도 안되고, 진도도 계속 밀리고, 왠지 모르게 학원에서보다 문제도 안 풀렸다. 나중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시간관계상 인강을 듣곤 했지만 여전히 학원에 가는 게 공부 효율이 오르고 마음이 편했다. 성인인 나도 그럴진대 학생들은 오죽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왕 강남에 살면 내 자식도 대치동 학원에 보낼 것 같다(유명 강사의 강의료도 타 학원과 비교해 별 차이 없다. 물론 내가 모르는 그 윗세계가 있을진 모르지만). '라이딩'을 해줄 것이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아마 라이딩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는 아내를 시키지 않을까. 물론 아이가 나에게 직접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면 다시 생각해 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