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하면 안되는 돈,시간,노력

by 여슬


러바오_2023년 9월 23일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에서 천재 신감독은 재능을 이렇게 정의했다. 스스로를 오랫동안 믿는 게 재능이라고.


나는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딱 찌르는 대사를 만나면, 글쓰기에 써먹겠다는 사명감이 솟구친다. 가방 속 필기구를 더듬거려 대사를 적어둔다. 휴대폰 녹음앱을 사용하면 편하지만, 그것은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리라. 마침 영화 거미집이 상영되기 전부터 앞쪽자리에 앉아 꼰다리를 의자에 올려놓은 관객이 눈꼴시다. 대부분의 관객은 뒤쪽에 앉아있어 그 발가락을 선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아무튼, 그 발가락과 같은 수준이 되지 않으려면 영화 상영 중에 휴대폰을 열어서는 안 된다.


살아가면서 나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 적이 꽤 있었다. 영업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런 나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공략했다. 그때마다 잘도 넘어가갔던 나였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이 재능은 그냥 나를 믿는 것이라니, 각본을 쓴 신연식 작가님에게라도 수강료를 넣은 봉투를 전달하고 싶을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푸바오를 보러 약 5만 원이 넘는 티켓을 사고 환상의 나라로 입장한다. 나 역시 입장했다. 이렇게 수만 명의 관심을 받는 푸바오의 재능은 무엇일까. 푸바오는 먹는다. 계속 먹는다. 거의 잔다. 옆 집 물개나 돌고래들처럼 개인기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번 방문에서 난 찾았다. 푸바오의 인기비결은, 아니 대형판다의 재능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걸 누리는 것'을 나눌 줄 안다는 것을. 세상 맛없어 보이는 대나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줄 알고, 축 처진 눈처럼 보이는 눈 주변 까만 점이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푸바오는 알고 있을까? 우리 현대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그는 마음껏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살 찌우기, 실컷 자기, 깨어서도 가만있거나 드러누워있기, 채식만 하기, 남의 시선 신경 끄기.

이 어마어마한 일을 푸바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중이고, 우린 그런 그녀를 보러 가는 것이다. 부러워하러.


푸바오는 우리에게 그가 가진 일상을 나눔으로써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내가 지불한 입장료는 삼성의 것이고, 푸바오는 그냥 그렇게 무료 나눔을 하는 중이다. 푸바오가 하는 것이 재능기부가 아닐까. 고맙다. 낭비하면 안되는 돈, 시간, 노력을 푸바오는 그렇게 여유롭게 낭비하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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