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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생긴 9호선이 더 위쪽에 있는 '여의도역'

환승 가능노선 - 5호선, 9호선

by 철도 방랑객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배로만 갈 수 있었던 서울 복판에 자리한 섬인 여의도는 이제 섬이라 불리기 무색할 정도로 교통이 발달한 곳이 되었다. 지금은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정치와 증권거래소로 대표되는 금융 등 정치 및 경제의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의도로는 수많은 차량들이 지나고 있으며 수많은 노선버스를 비롯해서 인천, 부천 등 타 지역 시내버스까지 볼 수 있는 교통의 중심지까지 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기 지하철 노선은 이곳에서 볼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한강이라는 큰 장벽으로 인해 여의도를 관통하는 지하철을 개통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1기 지하철 노선은 모두 한강을 다리로 건너는 노선이다.


그러나 2기 지하철의 5호선에 이르러서야 여의도도 지하철의 수혜를 입게 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한강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게 되었다. 강 아래를 지나는 하저 터널은 일반 터널에 비해 상당한 기술을 요하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건설 기술의 발전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여의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여의도의 남북으로 이어지는 5호선에 이어 동서로 이어지는 9호선이 운행 중이며 그 가운데는 여의도역이 환승역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앞으로도 여의도를 관통하는 지하철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어서 여의도가 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찾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 한강 아래로 지나야 해서 깊은 곳에 자리한 5호선 승강장

여의도역을 처음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한 번쯤 의문을 가질 법한 승강장 구조가 나타난다. 분명 5호선이 9호선보다 한참 전에 개통했음에도 불구하고 9호선이 아주 자연스럽게 5호선보다 위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역 사진1.jpg ▲ 9호선 승강장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5호선 승강장.


심지어 두 역은 대합실도 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같은 날 개통한 노선인 것 같다. 여의도역은 대합실이 꽤 넓은데, 방향에 따라서 5호선 승강장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개찰구도 있고, 9호선 승강장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개찰구도 있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두 노선의 환승은 5호선 개통 전에 미리 계획되었기에 이런 모습이 가능했던 것 같다.


두 노선 모두 한강 아래로 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강장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 한강 본류를 지나는 5호선이 지류를 지나는 9호선에 비해 훨씬 깊어졌다. 그래서 9호선이 5호선보다 더 위쪽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5호선과 9호선은 현재 3곳에 걸쳐 만나고 있는데, 여의도역이 유일하게 9호선이 5호선 위쪽을 지나는 역이기도 하다.


◆ 두 노선 승강장 사이에 자리한 지하 3층 대합실

여의도역은 대합실과 승강장이 층마다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지하 1층과 지하 3층 에는 대합실이, 지하 2층에는 9호선 승강장 지하 4층에는 5호선 승강장이 위치하고 있다.


여의도역 사진2-1.jpg ▲ 지하 3층 대합실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5호선 승강장.
여의도역 사진2-2.jpg ▲ 지하 3층 대합실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9호선 승강장.


여의도역은 환승 계획이 먼저 수립된 역이라 그런지 환승 동선이 매우 짧은 역 중 하나다. 게다가 거의 십자(十)로 만나는 도로의 영향으로 환승통로도 거의 직각으로 각을 맞춘 것 같다.


안내도 역시 거기에 맞춰서 하나의 기둥을 두고 5호선 안내와 9호선 안내가 수직으로 교차하고 있다. 승강장 역시 수직으로 교차하는 형태라 안내도가 없으면 방향을 헷갈리기 쉽다.


이렇게 너무 완벽한 대칭 구조라서 오히려 헷갈리기 쉬운 여의도역 환승통로는 5호선 승강장과 연결된 계단의 벽면을 통해 행선지를 구분할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벽면을 한 쪽만 꾸며놓은 것도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역 사진3-1.jpg ▲ 벽면을 별도의 타일로 꾸며놓은 신길역 방면 승강장.
여의도역 사진3-2.jpg ▲ 벽면 자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놓은 여의나루역 방면 승강장.


5호선과 연결된 계단을 보면 9호선 방향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완전히 대칭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5호선 양방향 계단 중 한 쪽만 붙어있고, 반대편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한 쪽에 치우쳐서 계단을 설치하는 바람에 환승할 때 안내도를 보지 않으면 더욱 헷갈리기 쉽다. 그래서 벽면을 꾸며놓은 타일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다른 역에서 볼 수 없는 여의도역의 몇 가지 차이점

이처럼 승객 친화적인 여의도역이지만, 유독 환승통로에는 에스컬레이터 하나 보기 어렵다. 대신 엘리베이터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교통약자에게 있어서 환승절벽은 크지 않다.


단 출퇴근 시간만 보면 급하게 이곳을 뛰어서 오르내리는 승객들이 많아서 낙상 사고의 우려가 있긴 하다. 그나마 승강장 폭이 넓고, 계단이 그리 길지 않아서 큰 문제없이 환승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편 9호선 승강장 중 국회의사당역 방면 승강장에는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승강장과 바로 연결된 화장실은 보편적인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꽤 특이한 장면이다.


여의도역 사진4.jpg ▲ 승강장에 바로 붙어있는 화장실.


환승역 가운데 이렇게 화장실이 승강장 내부에 자리한 역은 1호선 동묘앞역을 들 수 있는데, 그 외의 대부분의 환승역은 승강장보다 환승통로나 개찰구 외부에 화장실을 두는 경우가 많다.


같은 9호선이지만 샛강역 방면 승강장에는 또 화장실이 없다. 환승통로나 대합실 연결통로가 거의 대칭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의도역을 비추어볼 때 한 쪽만 설치해놓은 화장실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6월 29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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