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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숫자의 노선이 만나는 '석촌역'

환승 가능노선 - 8호선, 9호선

by 철도 방랑객

한 자리 숫자의 가장 큰 숫자는 9이며 그 다음은 8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철 중 가장 숫자가 큰 노선은 9호선으로 한 자리 숫자를 가득 채운 상태다. 이렇게 큰 두 숫자의 노선은 서울 동남쪽에서 한 번 만나게 되는데, 바로 석촌역이다.


석촌역은 노선에서 알 수 있듯 비교적 최근에 생긴 환승역이다. 8호선은 노선 숫자에 비해 상당히 지면에 가깝게 운행하는데, 석촌역에서도 승강장은 지하 2층에 불과하다.

◆ 늦게 생긴 노선에 비해 깊지 않은 곳에 위치한 8호선

노선 자체가 상당히 짧은 8호선의 환승역은 현재까지 총 6개 역이지만 그 중 8호선이 다른 노선의 아래로 지나는 역은 2호선과 만나는 잠실역과 종착역이자 수인분당선과 만나는 모란역에 불과하다.


나머지 4개 역은 모두 8호선이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중 5호선과 만나는 천호역만이 유일하게 8호선보다 먼저 개통해서 운행하였다.


8호선이 동남쪽으로 치우쳐서 운행하기에 다른 노선과 접할 기회도 많지 않은데다가 그마저도 8호선보다 늦게 생긴 경우가 다반사라 8이라는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깊지 않은 곳에 역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반전이 있으니 수도권 지하철 역 중 가장 깊은 역이 8호선 산성역이다. 물론 열차가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기 보다는 역 주변 지형이 갑자기 고도를 높임으로써 가져온 상대적인 높이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을 증명해주는 곳이 바로 8호선 유일의 지상 역이자 산성역의 다음 역인 남위례역이다. 개통 초기에만 하더라도 송파 주민만 이용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한산했던 8호선은 이제 승강장을 가득 채우는 경우가 더 많아질 정도로 이용 승객이 급증하고 있다.


2기 지하철 중 유일하게 6량 편성으로만 만들어진 8호선은 이제 와서 확장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열차 이용 시 콩나물시루에 있는 콩나물처럼 극도의 혼잡한 열차 안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만 할 것 같다.

◆ 방향만 바꾸면 다른 노선이 나오는 짧은 환승통로

석촌역은 최근에 개통한 환승역이라 환승통로는 물론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등도 잘 설치되어 있다. 다만, 8호선이 잠실역 방면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8호선 환승통로가 송파역 방면 승강장 끝에 위치했다.


▲ 송파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위치한 8호선 환승통로.


9호선이 있는 역이면 환승역에서 환승게이트를 볼 수 있다. 석촌역 역시 환승게이트가 있는데, 8호선 승강장에서 얼마 안 가면 마주치게 된다.


8호선이 상대식 승강장이기 때문에 환승게이트 역시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곳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다른 환승게이트와 달리 석촌역 환승게이트는 지하 1층 대합실까지 천장이 개방되어 있어서 탁 트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지하 1층 대합실까지 개방해놓은 석촌역 환승게이트 부근.


환승게이트의 벽면은 마치 건식 사우나를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다. 다른 쪽에 만들어놓은 벽면과 사뭇 다른 모습인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곳을 꾸몄는지 한 번 쯤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환승게이트를 통과하면 방향을 틀어 9호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옮기게 되며 그곳에는 9호선 승강장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만날 수 있다.


9호선의 경우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8호선에서 9호선을 갈아탈 때는 행선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9호선에서 8호선을 갈아탈 때는 행선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9호선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다른 역에 있는 보통의 에스컬레이터에 비해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이는 안전적인 측면에서 더 좋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성격이 급한 한국 사람들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


▲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9호선 승강장 연결 에스컬레이터.


아무래도 계단 단차가 낮아서 걷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두 줄 서기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석촌역은 다른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 서기가 정착된 이후라도 걸어가는 승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하게 9호선 승강장 연결 에스컬레이터는 중간에 기둥을 끼고 있다. 안 그래도 섬식 승강장이라 환승통로 폭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데 기둥까지 자리하고 있어서 상 하행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환승통로의 경우 따로 계단을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병목현상을 유발하고 만다. 그나마 환승통로와 개찰구로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병목현상이 지속되지 않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기둥이 있는 9호선 환승통로.

9호선 환승통로는 8호선 행선지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이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2, 4호선 환승통로와 같은 구조라고 보면 된다.


송파역 방면 환승통로는 에스컬레이터가 한 번에 8호선 승강장까지 이어지는 반면, 잠실역 방면 환승통로는 중간에 방향이 꺾여서 U턴을 하듯 이어지고 있다.


9호선은 8호선에 비해 연결통로가 많은 편인데,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환승통로 뿐만 아니라 상행은 에스컬레이터, 하행은 계단으로 된 통로도 있다. 물론 이곳도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사이에 기둥이 자리하고 있다.


▲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혼재된 연결통로.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2월 7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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