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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Aug 10. 2023

계단을 오르면 다른 노선이 등장하는 '덕천역'

환승 가능노선 - 부산2호선, 부산3호선

 덕천역은 수영역에 이어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2호선 양산역 방면으로는 이 역 이후에 환승역이 없고, 3호선 대저역 방면으로도 종착역인 대저역을 제외하면 중간역으로는 마지막 환승역이다.


 또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환승역의 경우 두 노선 모두 10분 남짓한 시간을 이동해야 등장할 정도로 환승역을 보기 어렵다. 그만큼 덕천역은 환승역으로써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역도 환승 동선이 짧아 환승하기 편리한 역에 속한다. 서로 다른 노선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계단만 한 번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식 승강장과 섬식 승강장의 만남

 덕천역은 비수도권 최초의 환승역인 서면역과 구조가 거의 유사하다. 3호선이 2호선 승강장 끝에 연결된 형태인 T자 모양에 가깝다는 점과 두 노선 모두 직선으로 곧게 뻗은 승강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서면역과 다르다.


 따라서 2호선의 경우 구명역 방면 승강장 끝 쪽으로 환승통로가 연결되어 있다. 2호선이 상대식 승강장이기 때문에 3호선에서는 2호선 행선지를 잘 보고 이동해야 한다.


 이곳도 서면역과 마찬가지로 환승통로의 연결계단에 번호가 붙어있다. 1번 계단으로 연결된 곳은 장산역 방면 승강장으로, 2번 계단으로 연결된 곳은 양산역 방면 승강장으로 각각 갈 수 있다.


 계단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1번 계단은 승강장 끝에 위치해서 주어진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승강장 중간에 있어 연결통로 폭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는 2번 계단에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 서면, 해운대역 방면으로 연결된 1번 계단.
▲ 화명, 양산역 방면으로 연결된 2번 계단.


 덕천역은 이처럼 번호로 매겨진 계단으로 초행길이라도 누구나 쉽게 가고자하는 행선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 이동한 승객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각 계단의 중간 지점에는 방향을 꺾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반대편 행선지로 이동하는 방법을 안내해 놓은 것이다.


 만약 2호선의 경우 반대편으로 횡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3호선 승강장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승강장으로 진입하기 전에 두 번에 걸쳐 행선지를 확인하도록 유도해놓았다.


▲ 환승통로 중간에 재차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놓은 환승안내.

     

남은 거리가 표기된 환승 안내

 섬식 승강장인 3호선은 행선지 구분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2호선 승강장에는 3호선의 주요 역이 모두 한 곳에 표기된 안내를 볼 수 있다. 대신 승강장 끝에 치우친 환승통로의 영향인지 안내에 환승통로까지 남은거리를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환승통로 자체는 매우 짧지만 어디에 하차하는가에 따라 80m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오히려 이렇게 거리를 표시해놓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환승통로가 더 멀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유발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남은거리까지 상세하게 표기해놓은 2호선 승강장 환승 안내.


 이렇게 승강장 한 쪽 끝에 환승통로가 마련되어 있는 관계로 덕천역의 하차 인원은 환승통로 가까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편 3호선도 장산역 방면 승강장과 연결된 1번 계단은 승강장과 바로 연결되지 않고 약간 떨어져있다. 그래서 하차 위치가 아무리 1번 계단과 가까워도 최소 1량 이상의 길이만큼은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긴 승강장에 비해 3호선 열차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성만 운행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2호선 환승안내의 영향인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의 3호선 승강장에서도 2호선 안내에 남은 거리가 표기되어 있다.


▲ 3호선 승강장에도 표기된 남은거리 안내.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2번 교차하는 2호선과 3호선

 현재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하철 역 중 환승역이 있는 곳은 부산과 대구뿐이다. 특징이 있다면 한 번 만난 노선은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범위를 넓혀 인천 지하철까지도 적용된다.


 서울은 순환선인 2호선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노선이 2회 이상 만나는 경우가 꽤 있다. 서울 2호선과 5호선의 경우 무려 6회에 걸쳐 환승이 가능할 정도로 노선의 중복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2호선과 3호선만이 유일하게 2회 만나는 노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비수도권은 노선 중복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구나 대전 그리고 광주에는 순환선 노선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분간은 비수도권에서 서로 다른 노선 간 2회 이상 환승 가능한 역은 없을 것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8월 9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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