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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Aug 03. 2023

1분 내로 다른 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한 '수영역'

환승 가능노선 - 부산2호선, 부산3호선

 수영역은 부산 지하철의 환승이 얼마나 편리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이다. 수도권 지하철에 8호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복정역이 있다면 부산에는 수영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역은 2호선과 3호선이 지나는데 두 승강장이 섬식 승강장의 복층 구조로 되어있어 계단만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바로 다른 노선의 승강장이 나오는 구조다. 참고로 부산에는 수영역과 같은 구조의 역이 한 곳 더 있는데 3, 4호선이 만나는 미남역이 이에 해당한다.


▲ 복층 구조로 되어있는 수영역.


환승편의를 위해 급격하게 꺾인 두 노선

 수영역을 지나는 2, 3호선은 이 역을 지나면서 모두 90도에 가깝게 방향을 전환하는 특징이 있다.


 2호선은 민락역 방면으로, 3호선은 망미역 방면으로 출발하면 열차가 서행을 반복하다 특유의 쇳소리를 내며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영역 인근에는 삼거리 교차로가 자리하고 있다. 그 교차로를 끼고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게 된다.


 따라서 교차로에 역을 만들어 환승을 유도할 수도 있었겠지만 승객의 환승동선을 최소화하고자 두 노선 모두 교차로에서 방향을 전환해 한 방향으로 마주보는 형태의 역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열차에서 내려서 다른 노선의 열차로 갈아타는데 1분 남짓한 시간이면 충분한 이동 동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출구 위치 때문이다. 복정역과 달리 수영역이나 미남역 모두 출구가 많은 편인데, 대부분 교차로 쪽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수영역에 하차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이동 거리가 길어져 불편할 수도 있다. 교차로 위에 승강장이 만들어졌다면 출구까지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승객에게 편리한 역이 승하차가 목적인 승객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승객분산에 최적화된 환승통로

 환승 친화적인 수영역은 짧은 이동 동선이지만 승강장 전체에 걸쳐 환승통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병목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섬식 승강장이지만 승강장 폭을 충분히 넓혀놓은 덕분에 승강장 중간에는 X자 형태로 계단을 교차해놓은 환승통로도 볼 수 있다.


▲ X자 형태로 교차해놓은 환승통로.


 이렇게 X자 형태로 교차해놓으면 그만큼 환승통로 간 간격을 좁힐 수 있어 하차 위치에 관계없이 환승통로까지 거리가 짧아진다.


 대신 환승통로의 폭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비해 좁아져서 승객 간 동선 겹침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 한쪽 방향으로만 이어지는 환승통로에 비해 폭이 좁아진 X자 형태의 교차 환승통로.


 3호선의 경우 나가는 곳과 환승통로가 같은 방향이라 헷갈릴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환승통로와 나가는 곳 연결통로의 중간에 자리한 2호선의 경우 진행 방향 확인이 중요하다.


 한편 수영역의 환승통로는 승강장 중간과 측면이 서로 모양이 다르다. 승객이 많이 모이는 중간 환승통로는 모두 계단으로만 되어있다. 반면 측면 환승통로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는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데 이는 마치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를 보는 것 같다. 만약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자 하면 올라가는 것인지 내려가는 것인지 잘 보고 타야한다.


▲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승강장 중간 환승통로.
▲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함께 있는 승강장 측면 환승통로.


 수영역의 엘리베이터도 층을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합실에서부터 2, 3호선 모두 한 번에 이동하기 때문이다. 2호선 승강장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확인하고 타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하게 분산해놓은 환승통로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단 1대에 불과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휠체어처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할 수밖에 없는 승객은 수영역을 빠져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승객이라면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 2개 노선 승강장과 대합실을 이어주는 엘리베이터.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8월 2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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