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넘게 주말마다 분양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던 남편과 나는 7군데 정도의 타운하우스 단지를 살펴본 후에 양평의 어느 곳과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단독 타입의 주택이면서도 마당이 넓고 주변 환경이 산으로 둘러 싸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시린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서울에서 작은 회사를 갖고 있는 우리 부부는 출퇴근 시간이 최대 1시간을 넘지 않는 곳을 선별했는데, 이 곳은 그 1시간을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너무 멀다고 생각했지만, 1시간 이내의 타운하우스들은 시골보다는 도시에 가까웠다. 10~20분 때문에 도시의 번잡함을 감내하는 것보다, 시간을 버리고 공간의 여유를 사기로 했다.
계약을 하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쯤 도면 수정과 인테리어 미팅을 하며 현장을 둘러보았다. 빠르면 3개월 만에도 집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급한 마음은 없었다. 대부분 목표시점보다 실제 완공 시점이 두어 달 더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여 10월쯤에는 이사를 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7월에 입주한다던 계약서 상의 날짜와는 달리, 9월에도 우리 집은 아시바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했다. 입주시기를 놓친 몇몇 다른 집들은 오피스텔을 전전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행히 집을 내놓기 전이었다. 이때부터 시작됐다. 건설사와의 지루하기 그지없는 싸움 말이다.
우리 마을은 15채의 집이 함께 지어지는 상황이었는데, 몇몇 집들에게 연락이 왔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 보자는 얘기였다. 그들과 함께 수십 차례 건설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문제는 대부분 그렇듯이 '돈'이었는데, 대한민국 대부분의 주택 건설 현장에서 항상 동일하게 나오는 얘기인 모양이었다. 건설사가 예상되는 '최저의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금액의 초과가 있을 경우 계약자에게 그것을 추가로 요구하는 형태다. 추가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인테리어 자제의 등급을 하급으로 낮추거나 현장 작업자를 중국인 등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날림 공사로 인한 수많은 하자는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는 다행히 추가 요금이 거의 없이 준공까지 왔지만, 개인주택을 짓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한다.
추웠던 12월의 어느 날 일주일에도 며칠씩 서울과 현장을 오가며 공사를 지켜보던 나는, 양평의 어느 공영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다 말고 주저앉아 울었다. 이 집이 이렇게 내가 모든 것을 쏟아부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진심으로 포기하고 싶었다. 실제로 15채 중 6명의 계약자는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그들이 어떤 손해를 이 입었는지, 어떤 법적 싸움을 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어떤 것이 조금 더 좋은 결정인지도 설명하기 어렵다. 단지 마음의 상처를 덜 입고 싶다면, 포기가 낫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던 집으로 2019년 2월 입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