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된 연료

단상의 아포리즘 15

by 고봉진

연소된 연료

글을 쓰면서

삶을 돌아보고

계획한다.


무작정 썼던 글들은

어디 발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삶의 지도였다.


지금도 가끔 연소된 연료를 들추어본다.




소소한 즐거움


동네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덕분에 읽고 초서했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지만

책 한 권을 읽고 초서했다는 점이

날 기쁘게 한다.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이다.




다시 글을 쓴다


공백기를 거쳐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글이 안 써질 땐 힘들었다.

글이 주는 위로가 크다.

안도감이 든다.


글을 쓰고 안 쓰고는

내겐 하늘과 땅 차이다.




책이나 읽을걸


하루를 지내고

밤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꽤 있다.


책이나 읽을걸 ...




이론과 실천


좋은 문구 수천개를 읽고 초서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책 한 자 읽지 않아도

마음으로, 몸으로

자연스럽게 행하는 이가 있다.


난 전자인 듯 해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니체는 진정 바란다면,

그렇게 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변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몇 살이든

무한히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니체의 말’을 읽고


니체의 말을 음미하면

아프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정확히 지적한다.


소인이 니체의 책을 보려니

힘이 든다.


그 명쾌함에 깨지만

아프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


하루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엇그제 사서 다 읽었다.

서점에서 나가는 길에 보여서 산 책인데 ...

근데 집 서재에 보니 ‘하루키 일상의 여백’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구입할 때 내가 사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생각했는데,

앗, 사서 읽은 책을 또 사서 읽었다.


전에 읽은 책을 보니 나름 꼼꼼하게 읽었는데

초서는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안 읽은 책이 되었다.


이런 경험이 꽤 있다.

독일 유학 때 복사한 걸 복사하고 또 복사하고 ...


하루키 책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줬다.

읽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산 책도 산 줄 모른다.




글과 나


몸과 마음이 힘들면

글을 쓰게 된다.

글이 위로를 준다.


한참 걷고 나면

글을 쓰게 된다.

글에 생기가 된다.


글이 나를 이끌기도 하고

내가 글을 이끌기도 한다.




시계, 거울, 창문


카지노에는

시계, 거울, 창문이 없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내 연구실에는

내 마음에는

시계, 거울, 창문이 있는가?




인생 법칙


걸으면 계속 걷게 되고
안 걸으면 계속 안 걷는다.

공부하면 계속 공부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후회가 쌓인다.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노력하면 더 노력하게 되고
하지 않으면 계속 퇴보한다.




책의 가치


수많은 책 중에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내야 한다.


작가의 명성이

그 책의 가치를 말하지 않는다.


TV에 자주 출현한다고

그가 쓴 책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책의 가치에 비례해(책의 내용이 좋다는 말이다)

작가의 가치가 높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세상에 알려진 사람일수록

책의 가치가 높아지니(많이 팔린다는 말이다)


작품과 작가는 정비례 관계는 아닌 듯하다.




소망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소망이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데

희망이 있다.


실패할 수 있고

넘어질 수 있고

무력감에 좌절할 수 있어도


포기하지는 않겠다.




시간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이러다 후회만 하고
인생 허비하지 않을지 ,,,,

내 인생은 고장이 잦은데

시간 시계는 고장이 없다.




움직임과 멈춤


움직임과 멈춤이
골고루 필요하다.

멈춤이 길면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이 길면
멈춰야 한다.

움직임과 멈춤
반반 조합이 적절하지 않을까




깃털처럼 새처럼


가벼워지자.
깃털처럼 가벼워지자.

날아가자.
새처럼 날아가자.

웃자.
맘껏 웃자.

미소를 머금으며
날아가자.




걸으면서


요즘 하루에 2시간씩 걷는다.

걸으니 힘이 난다.

몸에도

마음에도


걸으면서

생각하고

정리하고

감사한다.


집 주변이지만

제주 자연은 아주 가깝다.

자연 속에 있는

나 자신이 자연스럽다.


나이 들수록

자연이 좋아진다.




즐겁게


40-50년 뒤면 나도 사라지고

동시대 사람들도 많이 사라진다.


걱정도 기쁨도 40년 안의 일일 뿐

40년 뒤면 없어진다.


남은 40년 (3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기쁘게 즐겁게 살다가야 하지 않을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


나이가 50이 가까우니(내년이면 50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지친다.

몸도 마음도


운동을 즐겨 하지 않는 내가

하루 2시간 걷는 것도

‘걷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이 되었다.


개강일인 오늘부터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자발성이 부족한 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에 빠져야 글을 쓰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이 되어야 걷게 된다.


‘-- 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이 좋다.

점점 즐기게 된다.




관계


사람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유연한 성격이면 좋겠는데

부딪힘이 있다.


유시민씨가 예전에 알뜰신잡에서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나이가 들면 이해된다는 게

문뜩 떠오른다.


오늘을 살기 위해

걷고 써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미세먼지와 비


제주에는 비가 자주 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비를 좋아해 아무 불편함이 없었다.)


아내가 오늘 아침 이런 말을 한다.

“비오는 날이 많아 힘들 수 있는데,

미세먼지를 달아나게 해

비오는 게 고맙네.”


전에는 안 좋았던 것이

지금은 좋다.

상황이 바뀌었다.

(인생 살다보면 이런 게 적지 않다.

좋았던 게 안 좋아지고

안 좋았던 게 좋아지고

인생지사 새옹지마지 않나?)


2-3년 전엔 미세먼지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 뿌연 건 뭔가?

(다행히 최근엔 미세먼지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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