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의 아포리즘

머리말

by 고봉진

지난 2년 정도 ‘단상의 조각들’을 썼다. 주로 걸을 때 단상이 떠올랐다. 걸으면서 내 마음 속에 들어온 글들이다. 글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지했다. 인생과 글쓰기가 닳았고, 인생과 걷기가 비슷했다.

미국 안식년 연수중이던 2018년 1월 1일부터 내 블로그인 ‘고봉진의 초서재’에 매일 하나씩 올렸다. 2018년 8월에 제주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썼다. 2019년 10월 14일까지 썼다. 쓰는 게 부담되지 않고 즐거웠다.

짧은 글이지만 내 생각이 담겨있다. 내 마음이 담겨있다. 독자 분들도 ‘단상의 조각들’을 한번 써 보시기를 추천한다. 삶이 글을 이끌고, 글이 삶을 이끈다.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일정 시간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발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 외에 단상을 하나 얻게 된다. 떠오르는 단상을 글로 표현하면 된다.

니체는 아포리즘을 즐겨 썼다. 산책 중에 떠오르는 생각을 썼다. 몸이 아팠기 때문에 책에서 자료를 얻기보다는 걸으면서 떠오르는 기발한 생각으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니체는 자신의 발이 글을 쓴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산책을 즐겼다.

필자는 주로 출퇴근길을 걸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40-50분 정도 걷는다. 출근길과 퇴근길을 걸으면 만 보가 훌쩍 넘는다. 매일 걷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걸으려고 했다. 운동을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내가 택한 운동 방법이었다. 나이가 드니 걷지 않으면 힘이 들었다. 출근길 땀을 흘리면서 걷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루를 시작할 힘이 출근길에서 생겼다. 퇴근길은 홀가분했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학교에서 집까지 내리막이어서 더 편했다. 퇴근길에 단상이 떠올랐다. 마음과 몸을 홀가분하게 걸으면 단상 하나가 떠올랐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시를 쓴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이 내게 없지만, 생각을 짧은 글로 표현하니 시 같기도 하다. 짧은 글이 주는 경쾌함도 있다. ‘단상’이 가지는 매력이라고 할까!



2019. 10. 21.

집 서재에서

고 봉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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