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마을의 도움으로 바른 아이가 되다.
시어머님이 아이를 키워주셔서 직장을 잘 다닐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특히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단짝 친구 엄마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누구든지 고개 숙이며 밝게 인사하고 관계를 돈독히 했더니 행운이 늘 따라다녔다. 주변 어른들과 애착을 쌓으니 딸은 바르게 자랐다.
1. 학교 끝나고 샤워시키고, 먹이고, 놀리기
한민영(아들 1, 딸 2/전업맘)은 학교 앞으로 딸을 데리러 온다. 그 결에 같은 반이었던 나의 딸도 따라나선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가 집으로 나의 딸을 초대한다. 더운 여름이면 아이들을 모두 샤워시키고 간식을 주고 색칠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하루 종일 놀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퇴근 즈음에 아이 소식을 알 수 있다. 나의 딸을 잘 돌보고 있으니 편히 집으로 들어오란다. 몸 둘바를 모를 만큼 딸은 즐겁게 놀았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해 보인다. 자식 셋을 키우기도 버거운데 나의 딸까지 보듬어준 그녀가 몹시도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집을 나설 적에 손에 무언가를 쥐여준다. 딸이 칠하다가 만 색칠공부를 집에서 마져하라며 한 권을 덥석 준다. 마음도 넉넉한 그녀가 동네에 살아서 마음 편히 직장에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멀리 이사 가서 볼 수 없지만 전화로 안부 인사라도 해야겠다.
2. 놀이터에서 아이 이야기 들어주기
내가 집에 없으니 아이는 조잘조잘 말이 하고 싶다.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사고를 말할 상대가 필요하다. 딸은 놀이터의 벤치에 앉은 동네 아줌마를 붙잡고 한 시간을 떠든다. 반 아이가 넘어져 다친 일,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웃긴 이야기,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 이야기, 온갖 이야기로 쉴 새 없이 말한다.
"난 어른의 말보다 아이의 말을 더 믿어."
따뜻한 동네엄마의 말이 고마웠다. 시간을 내어 나의 딸과 눈빛 마주하며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놀이터에서 딸과의 대화를 그녀가 말해준다. 딸은 말하고 싶은 대상을 찾아다니며 나 대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까? 퇴근하고 집에 온 나는 보통 세 마디를 한다.
1. 숙제했니?
2. 밥 먹어라.
3. 자자.
일하느라 피곤한 엄마 앞에서 조잘거리지 못한 딸은 누군가를 그렇게 찾아 갈구하나 보다. 반성하며 주변 사람에게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3. 놀이터에서 간식 나눠주기
박현양(아들 1, 딸 1/전업맘)은 손이 크고 늘 넉넉하다. 아이들에게 따라다니면서 수시로 먹을 것을 준다. "러버덕 망고 젤리"를 한 박스 사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본인의 아들, 딸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잘 노는 게 귀엽다며 감사 인사하는 간식이 고픈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사한다. 그 넉넉한 마음은 누구도 따를 수 없다.
어느 날은 "술맛 나는 기장떡"을 한 아름 가져다가 벤치에 앉은 엄마들에게 나눠준다. 박스로 주문해서 먹는데 맛있다며 먹어 보란다. 입속에 넣으니 소복소복 쌓인 눈처럼 보슬보슬 맛있다. 모여있는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주며 아이와 잘 놀아 좋다며 머리도 쓰다듬어 준다. 그녀가 있기에 나의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힘내서 잘 놀 수 있게 된다. 먹는 것과 술 좋아하는 그녀의 고운 손 잡으러 저녁에 슬리퍼 끌고 나가보는 건 어떤가 혼자 상상해 본다.
4.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 사진으로 전달
체육대회 날은 학교에 갈 수가 없다. 바쁜 회사 사정으로 반차도 불가하다. 아침에 아이를 안아주며 달래주긴 했으나 달리기에 진심인 아이의 마음을 채우기에 부족하다.
학교에 못 간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하다. 일하고 있으니 띠링 문자가 온다. 국가대표 선수처럼 일등 하겠다는 의지가 불끈 보이는 사진을 보니 안심이 되고 기가 산다. 주변 이들의 도움으로 아이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떨치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동네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니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아이의 표정은 국가대표 저리 가라다.
5. 아이 얼굴의 두드러기
동네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는 아빠분 이시다. 바로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목이 마르고 땀이 나면 그 집 아이들과 딸도 같이 가게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에 몸을 식히고 물을 마신다. 눈치 없이 가게 냉장고를 열어보지는 않는지 회사에 앉아 있는 나는 애가 탄다. 혹시 딸이 예의 없이 행동하고 피해를 주는 게 아닌지 한쪽 구석의 맘이 늘 아린다. 어느 날 전화와 사진이 띠링 온다. 딸의 얼굴에 두드러기 꽃이 활짝 피었다. 어제 먹은 김밥에서 식중독이 걸렸는지 의심스럽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했고 약을 타다 먹였으니 안심하란다. 평일에 병원 가기도 버거운데 직접 병원으로 데려가고 고맙고 또 고마웠다. 혼자서 애를 쓰며 아이 키우기 어려운데 이런 도움까지 주시니 우리 동네 아빠가 참 따뜻하다. 뜨거운 여름에 샤워한 듯 피로가 싹 풀린다. 퇴근 후 머리 싸매고 누운 아이를 보며 어르고 달래고 안아주며 사랑 표현을 해본다.
6. 무용 학원 선생님은 제2의 엄마
아이와 손잡고 처음으로 맞이한 선생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카리스마를 가진 곧고 아리따운 얼굴은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냥 설렁설렁 무용을 배우러 들어갔는데 선수를 키우겠다는 믿음을 가지신 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첫 손님이 된 딸은 무척 선생님을 좋아한다. 아이를 가지지 않은 선생님은 나의 딸에게 애착을 가지며 돌봐주신다. 간식도 주시고 시간을 내어 이야기도 나누고 딸이 말도 잘듣고 일도 잘하니 심부름도 시키고 가까이 두고 살펴주신다. 제2의 엄마가 없었다면 아이의 학교 후 낮 동안의 생활이 지루했을 텐데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말씨와 보살핌이 아이를 바르고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무용대회에 나가 자신감을 쌓을 수 있도록 애쓰시며 밥도 사주고 어린이날이면 어김없이 선물을 챙겨주신다. 부모가 모든 것을 챙기며 보듬을 수 없는 부분을 아이에게 차고 넘치게 채워주셨다. 첫째딸은 공부 때문에 무용을 그만두면서 작은 꽃다발을 선생님에게 주며 나보다 더 돈독한 정을 나눈다.
딸에게 애착을 선사한 동네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서울에 살지만 시골 마을처럼 넉넉한 엄마, 아빠를 닮았는지 동네 아이들도 순박하고 사랑스럽다. 당신이 우리 동네로 아이와 같이 이사 오게 된다면 대환영이다. 모두들 두 손 두 발로 당신의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올테면 와 봐라. 보고 느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