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1]애착마을에 너는 무엇을 했니?

by 채코

애착마을에 너는 무엇을 했니?

가만히 있는다고 '술맛 나는 기장떡'을 입에 쏘옥 넣어주지 않는다. 동네 엄마들이 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제는 직장맘인데 뭔가 조금 다르네."


나에게 강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다루는 쏨씨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아이 마음 읽어주기, 아이 마음 사기


무슨 행동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샀는지 무엇 때문에 동네 엄마들이 나를 도와주려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돈 주고 살 수도, 돈 받고 팔 수도 없다. 이제부터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보려 한다.


1. 놀이터에서 경찰, 도둑 놀이

동네 엄마들과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서 수다 떠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벤치 구석에 앉아 핸드폰 보며 혼자 키득거리는 것은 더욱 싫다. 무조건 아이 손잡고 같이 논다. 내 아이만 놀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아이들이 저녁 나절에 모두 놀이터에 모인다. 그때부터 우리는 손을 맞잡고 뛰어논다. 내가 만든 놀이 중에 '경찰, 도둑 놀이'가 있다. 한 명이 경찰이고 도둑들을 잡으러 다닌다. 그 도둑잡기가 쉽지 않다. 달리기를 잘 해야지 날쌘 아이들을 잡을 수 있다. 경찰이 쉽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경찰을 시키다가 지쳐 보이면 내가 경찰이 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당당히 경찰이 된다. 달리고 뛰면서 잡아 온 도둑을 경찰이 감옥(=벤치)에 집어넣는다. 도둑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도둑이 금세 손으로 터치하여 살려주니 도둑을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날쌘 도둑도 잡아야 하며 경찰이 쉴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흠뻑 젖으며 신나게 뛰어놀면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그때부터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교환하는 친구가 된다. 가끔 딸이 질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혹시 엄마가 나보다 그 아이를 더 사랑하는 거 아냐? 나에게는 '내 아이만' 이 없다. 밖에서는 누구나 공평하고 똑같이 대한다.


2. 아이들과 손잡고 물놀이

놀이터에서 물놀이 도구들을 챙긴다. 물총, 물 풍선, 물이 가득 든 플라스틱병 등 모두 챙겨 밖으로 나간다. 온갖 도구들을 챙겨 아이들과 함께 논다. 물총으로 쏘며 잡으러 다니고 물 풍선을 한 아름 만들어 서로의 발 아래에 던진다. 그마저도 없으면 구멍을 낸 플라스틱병에 물을 가득 담아 서로의 몸에 쏜다. 나는 몸과 마음으로 함께 논다. 하나가 되어 뒹굴고 놀다 보면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이렇게 놀아주니 내가 놀이터에 나타나면 인기 스타가 된다. 놀아 달라며 손을 잡는 아이, 눈빛으로 놀자는 아이 등 스르륵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내가 등장하면 어른과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동등한 인간, 서로 친구가 된다. 물론 그 아이를 엄마보다 알지 못하고 잘 챙길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알고 노는 것이 즐거우니 아이들과 동네에서 놀 줄 아는 엄마로 통한다. 손가락질하고 놀려도 내가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놀 줄 아는 동네 엄마로 나는 1등이다.


3. 놀이터에서 다리가 낀 아이 보살피기

놀이터에서 우는 아이를 발견한다. 혼자 놀이 기구에 꽉 낀 아이의 발을 살며시 다가가 빼 주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집을 물어보고 다리가 아플까 봐 살포시 안아본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안고 가본다. 주변의 아이들이 도와주어 아이의 집 앞까지 무사히 도착이다. 문을 열고 아이의 엄마에게 전달하고 나는 조용히 돌아왔다. 그것이 또 동네 소문이 났다. 나는 참 좋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울어 도와준 것뿐인데 소문이 진짜 빠르다. 동네에서 나쁜 짓 하다 들키면 소문이 금방 나니 오늘도 도움을 줄 일이 뭐가 있나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눈 동그랗게 뜨고 다닐란다.


4. 집으로 초대하기

평일에는 동네 엄마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주말에는 아이들을 초대한다. 그러면 집에서 무엇을 하며 노나? 나에게 놀 거리,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내 머릿속에 온갖 것이 들어 있다. 준비물을 챙겨서 그들과 함께 놀아본다. 그러니 동네 엄마들은 아이를 우리 집에 맡겨도 늘 안심이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밝게 웃는 아들과 딸들을 보면서 비법을 무척 궁금해한다. 나의 색깔이 분명하니 나를 싫다고 밀어내는 사람은 동네에 없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특별하고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노는 방법을 한꺼번에 풀어버리면 재미없으니 다음 편 이야기를 기다려주면 좋겠다.


5. 문고리에 걸기

도움을 받았으니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한다. 아이와 둘이서 문제집을 풀어보니 너무 좋아 보인다. 한 권을 더 사서 아들 시켜보라며 권유한다. 회사에 다니니 아침에 출근할 때 그 집 문고리에 걸어두고 재빠르게 출근한다. 또 시골에서 농사지은 마늘이 올라오면 곱고 하얗게 까서 그 집에 들른다. 문고리에 걸어두고 고기 먹을 때 먹으라며 살포니 놓고 톡으로 인사한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한 아름 사다가 집 앞에 놓는다.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보여 불안했다. 후에 알고 보니 코로나로 학원도 안 가고 식재료는 배달로 시키고 알콩달콩 가족이 더 단단해졌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가족이 더 가까워졌다며 자랑이다. 참 다행이다. 옆의 누군가가 잘 버티고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나로 인해 모두가 밝게 또는 붉게 물들면 좋겠다.


직장맘이다. 전업맘이다.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서로 도와주며 사는 거 아닌가? 잘났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못났다며 한풀이할 것도 없다. 그저 두루뭉실 사는 게 정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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