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6]아이와 사는 공간을 가전으로 채우지 않기

by 채코

아이와 사는 공간을 가전제품으로 채우지 않기

집에 들어서면 현관문 번호를 누른다. 그때부터 손가락 끝에서 짜릿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도어락1)이 띠리링 소리를 내며 문 여느라 바삐 움직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쾌쾌한 냄새를 잡으려고 공기청정기2)의 버튼을 누른다. 집안에 들어서니 드레스룸 틈 사이로 번쩍번쩍 광이 나는 스타일러3)가 눈에 들어온다. 기계안에 외투와 바지를 벗어 넣어둔다. 스팀살균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좋은 향기가 폴폴나와 나의 콧속을 간질인다. 속에서 나온 옷들은 모두 향기를 품었으며 새 옷이나 다름없이 보드랍고 뽀샤시 하다. 양말과 속옷을 세탁기4)에 넣고 돌린다. 빨래가 모두 되었다면 이제 건조기5) 속에 넣어둔다. 조금만 기다리면 붕어빵 마냥 따끈따끈한 수건을 만질 수 있다. 먼지가 한개도 없으며 보드라운 수건은 빨리 샤워를 하라고 유혹한다. 말끔한 수건 1장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본다. 갑자기 볼 일이 급하여 우선 변기에 앉아 시원하게 대변을 본다. 비데6)의 버튼만 누르면 손가락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마무리가 된다. 시원하게 샤워 하고 나오자마자 화장품 냉장고7)에서 온도 차이로 물방울이 맽힌 스킨을 꺼내 얼굴에 톡톡 바르고 생기를 불어 넣는다. 저녁때가 되었으니 음식을 준비한다. 편의점에서 산 컵 떡복이를 전자렌지8)에 돌린다. 용가리 치킨은 소스에 찍어먹기 편하니 에어프라이기9)에 돌리고 나서 후다닥 먹은후 텔레비전10)으로 넥플릭스 봐야한다. 숟가락, 젓가락, 접시를 식기세척기11)에 넣고 버튼을 누르고 소파에 대자로 눕는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말고 아이패드12)를 열고 뉴스를 본다. 갑자기 덥다 느껴지니 오랫만에 에어컨을 켜본다. 에어컨13)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선풍기14)를 동시에 가동한다. 날이 덥다 싶어 시원한 얼음물을 공급하려고 정수기15) 앞에 선다. 똑르륵 떨어지는 얼음은 목구멍을 시원하게 만든다. 퇴근했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니 노트북16)을 켜본다. 두시간을 일하고 애를 쓰면 오늘의 할일을 모두 마친다. 자기전에 시원하게 냉장고17)를 열고 꽉 얼린 망고를 커낸다. 망고를 듬뿍 넣고 우유를 조금 넣은후 핸드블랜더18)를 이용해 스무디를 만든다. 스무디를 먹어도 배가 조금 출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치 냉장고19) 앞에 서 본다. 어제 넣어둔 와인을 꺼내고 싶지만 유혹을 참고 침대로 향한다. 가습기20)를 켜고 포근하게 잠자리에 든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생각한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침으로 냉장고에 냉동시킨 크로와상을 오븐21)에 굽고 과일향이 나는 이디오피아 원두를 갈아 커피포트22)에 내리고 안마기23)에 앉아 하늘 보며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상상을 한다.


1)도어락

2)공기청정기

2)스타일러

4)세탁기

5)건조기

6)비데

7)화장품 냉장고

7)냉장고

8)전자렌지

9)에어프라이기

10)텔레비전

11)식기세척기

12)아이패드

13)에어컨

14)선풍기

15)정수기

16)노트북

17)냉장고

18)핸드블랜더

19)김치 냉장고

20)가습기

21)오븐

22)커피포트

23)안마기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는가? 혹시 가전제품 속에 푹 파뭍혀야 품위를 유지하며 산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무수한 훌룡한 제품들의 광고가 쏟아져 나와 유혹한다. 핸드폰 속의 광고는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대기업의 말끔한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꼭 필요할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새로운 제품을 손에 넣으면 회사에 가서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다. 그러므로 필요도 하지않은 제품을 위해 우선 지갑을 열고 손품을 팔며 바삐 구매 버튼을 누른다. 나는 23개중 11개의 제품이 집에 있다. 만약 당신의 집에 15개 이상 해당되는 제품이 있다면 집은 난장판일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추기는 했으나 내 몸을 편히 쉴 공간이 점점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외쳐보지만 점점 맥시멀 라이프로 숨이 막힌다. 모두 가지고 있기에 전기세를 알리는 고지서는 7만원을 훌쩍 넘긴다. 더 채우려고 애쓰는 심리를 막을 길이 없다.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인지 모르지만 지저분한 생활이 계속되며 마음 편히 누울 공간이 점점 사라진다. 이러다가 내 누울 자리도 가전제품으로 채워지는게 아닌지 생각하며 살자. 갖추지 않으면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나 그것 없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숨 쉬는 공간까지 가전제품이 들어차지 않도록 단속하자. 거기다가 아이가 둘 이상 있다면 당신의 집을 들어가보지 않아도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다.


오늘도 '쿠쿠'하세요.

대기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지어다.

keyword
이전 19화[100-35]아이의 학습=밀당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