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4]제비가 날수있게 힘을 실어주는 어미새

by 채코

새끼제비가 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어미새

첫째 제비는 시도 때도 없이 물어온다. 인기척도 없이 바삐 물어온다. 크기가 약 18cm 작지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새끼 때는 피곤하고 귀찮은 존재였지만 클수록 스스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니 손이 가지 않는다. 잘 키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파리, 딱정벌레, 매미, 날도래, 하루살이, 벌, 잠자리 등 맛있는 먹이를 수시로 물어오면 그날 저녁은 식구들이 둘러앉아 숟가락만 놀리며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새끼 때부터 가슴속에 무엇을 품었는지 욕심이 많아 몸을 혹사 시킨다. 주변인들이 도와주는 것이 못마땅하여 일을 나누어 하기보다는 혼자 애쓰며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한다. 완벽주의자이므로 스스로 몸을 채찍질하며 무언가를 그럴듯하게 완성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날을 새고 애쓰며 완벽해질 때까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평소에는 시속 50km를 날아다닌다. 빠를 때는 시속 250km를 날기도 하니 새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한다. 어제 마라톤으로 5km를 38분에 달린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행동이 민첩하고 눈치가 빠르며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다닌다. 느려터진 나를 닮지 않아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먹이를 실어 나르는 것뿐만 아니라 둥지를 잘 수선한다. 둥지를 고칠때 빼고는 땅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흙과 나뭇가지 등 재료를 얻으려고 땅에 슬그머니 내려온다. 잽싸게 나뭇가지를 낚아채서 매년 같은 곳에 둥지를 틀고 새 단장을 한다. 어미새는 5%, 새끼는 1%가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 워낙 부지런하여 내가 동생을 뱃속에 품은 것을 알고 폭신한 침대를 만들어 준다. 하이얀 알이 건강하게 나오도록 남편보다 더 살뜰히 챙겨준다. 4월~7월 하순에 알을 낳아 15일 정도 품는다. 따뜻하게 품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첫째 제비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눈치껏 행동하는 것은 어미새로서 기본 중에 가장 중요하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 도망갈지 모르는 똑똑한 첫째 제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행동으로 민첩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스르륵 도망간다. 몸으로 둘째 알을 품지만 머리는 첫째 새끼와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해야 집안에 화가 없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25일 정도 지나고 부화 시기가 다가온다. 곱게 품었으니 알을 깨고 서서히 나온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고자 했는데 어찌하나 둘째를 낳았냐고 또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을 끝 모르는 그곳을 반복하여 가 보는 거다.


둘째가 나왔으니 날아다니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안고 품고 빨고 끼고 살고만 싶다. 그런데 첫째와 다르게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다. 똑같이 사랑을 주나 빈틈이 가득하여 소리치기를 반복한다. 첫째 때는 스스로 쉽게 날아다녔는데 둘째는 나는 연습에 영 소질이 없다. 따뜻한 남쪽나라 강남으로 갈 길이 먼데 큰일이다. 남편에게 이야기하여 강남 가기를 포기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내가 이 집의 짐을 책임져야 하는 어미새이니 오늘날지 못하면 내일 연습하여 날아보는 거다. 내일은 조금 더 날 수 있도록 통통하고 맛난 파리를 첫째 몰래 둘째 새끼에게 살짝쿵 넘겨주어야겠다. 통통한 파리를 먹고 지지배배 지저귀는 둘째 제비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바삐 움직여본다. 통통하고 맛난 파리 잡히기만 해봐라.


이제 남쪽 나라로 가야 하는 10월이 서서히 다가온다.


둘째의 나는 연습도 마무리가 되었으니 강남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시간당 5km에서 250km를 가야 하는데 중국 남부, 아프리카 남부, 인도, 동남아시아, 필리핀, 뉴기니, 남아메리카 등 어디로 날갯짓을 해야 하는지 남편과 밤새 촉을 새워 이야기한다. 내년 3월 말이 되면 다시 오겠지마는 정겨운 둥지가 마냥 아쉽기만 하다. 첫째제비의 손길 가득한 둥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기분이 영 이상하다. 내년에 다시 날아올 날을 기약하며 바삐 날아오른다. 함께 나란히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는 거다. 늘 그대로인 둥지를 잊지말고 다시 오자.


그것이 인생이고 가족의 삶이다

인간의 삶은 제비와 비슷하다

수시로 물어오는 아이의 상장은 부모를 달뜨게 한다.


제비를 공부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앞으로도 모든 사물과 생명에 호기심의 촉을 내려놓지 않으며 글쓰기에 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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