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습=밀당PT
첫째 딸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영어 학원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많이 모르고 작문, 문법이 엉망이다. 엄마표 영어 한답시고 애를 방치했으니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그래서 둘이 손잡고 동네 유명한 학원을 열고 들어간다. 한 시간가량 테스트를 받고 상담을 시작한다.
쌤 : 영어 테스트가 많이 어려웠나 보네.
딸 : ?
쌤 : 테스트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아 우리 학원에 다니기는 어렵게 되었네요.
딸 : ?
우리 둘이 충격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창밖을 보며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된다.
영어 학원 안 다니고 이제 공부를 시작하려니 어려움이 많다고 오랜만에 만난 시누이에게 하소연을 한다. 이야기를 들은 시누이는 딸과 1 대 1 과외를 제안한다. 그날부터 일주일에 두 번 홍익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조카에게 영어 과외를 받게 된다. 조카는 학교 다니며 공부를 잘해서 캐나다의 교환학생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시누이의 딸인 조카는 영어를 가르치는 실력이 있고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고 웃음이 화통하고 긍정적이라서 믿고 맡긴다. 아직 취업 전이라 나의 딸을 가르치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한다. 그런데 공부를 좀 한다고 알고 나의 딸을 가르치는데 딸에게서 기초 지식도 부족하고 단어를 많이 모른다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닌가 보다. 짧게 방학 동안 과외를 받아 조금의 실력을 쌓은 후 고등학교 근처의 영어 학원을 또 알아본다. 밀물과 썰물이 되기도 하고 철새처럼 아이들이 학교 내신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학원을 이동한다는 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기가 질러 저녁마다 집에 오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학원 다니기를 포기할 수 없나 보다. 또한 고등학교의 시험 범위와 수준은 중학교와는 천지차이이므로 따라가기가 버거워 밤낮으로 공부하며 가끔 날을 지새며 애쓰지만 지난 세월 초등학교 4년, 중학교 3년, 7년간 영어 학원을 죽자고 다니며 애를 쓰고 공부만 하던 아이들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가 보다. 아이와 둘이서 대화해 본다. 우리가 여행 다니며 너무 많이 놀았나? 가끔 농담도 주고받으며 생각을 다져본다.
학원을 다니지만 집에서 거리가 있고 버스를 타고 30분씩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불편하고 성적은 제자리이므로 맘이 불안하다.
마침 조카에게 전화가 온다. 밀당 PT에 영어 선생님으로 취직했는데 아이에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 등록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인터넷을 연결하여 아이와 영어, 수학을 등록한다. 그런데 교재비 별도로 등록금이 한 달에 한 과목당 30만 원이다. 인터넷 세상이라 금액이 적을 줄 알았는데 동네 학원이랑 비슷하다. 밀린 공부를 채우려면 어쩔 수 없으니 일대일 선생님을 배정받고 일주일에 두 번 공부를 시작한다. 아이의 습성과 에너지를 파악하고 톡으로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담당 선생님이 부모에게 보내준다. 가끔 아이에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슬그머니 발을 뺀다. 아이가 혼자 우두커니 가야 하는 길을 터주었으니 잘 버티기를 바랄 뿐이다. 요리, 바느질, 그림 등 아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탐구하고 공부로 대학을 가겠다는 욕심이 있으니 잘 할 것으로 보여진다. 안심하고 넉 넣고 있는 찰나에 전화가 온다. 조카가 다니는 밀당 PT에서 직원들의 복지 혜택으로 한 명에 한해서 공짜로 다니는 기분 좋은 찬스를 준다고 한다. 가족이 많으니 줄줄이 사탕처럼 행운이 다가온다. 밀당 PT로 성적이 오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마음속에 혼자 둥근 달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