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아이 돈 50% 불리는 힘

by 채코

아이 돈 50% 불리는 힘

회사에서 삼 일째 야근으로 바쁘다. 오늘은 반드시 마무리해야 되므로 밤 12시까지 일을 한다. 퇴근 버튼을 누르고 택시를 탄다.


그렇게 일하면 뭐가 있나요?


심상치 않은 질문에 택시 아저씨와의 비밀 대화가 시작된다. 집까지 40분 동안 긴긴 대화를 나눈다. 내가 택시 아저씨가 되어 그의 삶을 이야기하려 하니 오해 없기 바란다. 지금부터 나는 55세 택시 아저씨가 된다. 그의 고된 삶이 이야기가 되어 그가 살면서 제일 잘했다는 자녀에게 돈을 어떻게 불리게 했는지 말하고 싶다. 약간의 재미를 위해 각색이 들어가 있으니 너그럽게 용서하기 바란다.


여기부터 택시 아저씨의 이야기 이다.

나는 33세이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전세 사기를 당해 3억 원 전세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날린다. 2년 동안 법정에 다녔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헛고생만 한다. 오피스텔 형식으로 22가구가 살았는데 19가구는 월세를 살아서 2년 동안 월세를 내지 않고 공으로 산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3가구의 전세사는 이들은 오랫동안 돈 걱정 없이 살던 집을 버리고 하루 아침에 빈털터리가 된다. 큰 트럭이 와서 우리 집 살림살이를 모두 싣고 창고에 집어 넣었으며 쪽박을 차고 쫓겨 난다. 3333(나이 33세, 결혼 3년, 3억)이라는 숫자는 치를 떨 정도로 하루하루 지치게 한다. 당시 나의 아이들은 2살, 4살 딸 하나, 아들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 어린 것들을 두고 와이프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훌훌 떠난다. 노래방과 당구장을 하며 버티던 나는 코너에 몰린 외톨이 마냥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니 막막하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으니 아이들을 잘 돌보기 힘들다. 밥 주고 돌보는 사람이 없으니 집은 늘 쓰레기 장이다. 그래서 밤에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노래방과 당구장을 빠르게 처분한다.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 살았으나 나에게 돈이라는 것은 헛된 것이고 허상이다. 잡으려고 애를 쓰지만 발이 달려 쉽게 도망간다. 모든 행운이 멀리 달아났으며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해 본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직업을 무엇을 가져야 하나?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기분 탓인지 술로 허송세월하는 날들이 늘어만 간다. 도와주는 이 없으니 혼자 눈물을 삼키고 있으나 입 벌린 아이들을 위해 힘내야 한다. 그래서 개인택시를 시작한다. 나가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을 유지하는 개인택시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품에 끼고 살 수 있다. 운동회 때 도시락을 싸고 방문할 수 있고, 학교 상담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으며, 소풍을 가면 아이 마중을 갈 수 있고, 꼬불꼬불 학교 가는 길에 손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 시간은 늘어가서 좋으나 초등학교 행사를 하거나, 술 먹고 늦잠 자거나, 비가 오면 쉰다. 쉬는 날이 많아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일정한 돈이 들어오지 않아 아이 둘과 살기에 늘 돈이 부족하다. 혼자 술을 먹다가 번뜩 생각이 난다. 이렇게 돈이 늘 부족한 현실을 그대로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당장 죽으면 아이들에게 버티는 힘이 있기는 한 건가? 아이들이 잘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슨 도움을 주면 나중에 커서 독립을 쉽게 할까? 혼자 지내는 날이 많고 아이가 커가니 고민이 많아진다. 공부를 도와주거나 옆에서 지키고 살 수 없으니 그래, 아이들의 '아빠 은행'이 되어보자.


통장에 돈이 모이면

내가 그 돈의 50%를 넣어 줄께.

나는 50% 이자 주는 아빠다.


조그만 아이들에게 어여뿐 캐릭터가 그려진 통장을 들고 선언한다. 돈을 모으면 반드시 그 돈의 50%를 넣어준다.


아이들과의 계약서

조건 1=내가 일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백수가 되면 계약은 취소된다.

조건 2=통장이 없어지거나 돈이 빠져나가면 당장 계약이 취소된다.


아이들은 돈을 쓰지 않고 조금씩 용돈을 모아간다. 그 돈 쌓인 통장을 보며 쑥 자란다. 어리지만 아이들이 숫자에 호기심을 가지고 날마다 불어나는 통장을 부여잡고 신나고 즐거움을 느끼고 사는 듯 보인다. 5만 원이 들어가면 2만 5천 원을 넣어주고 십만 원이 들어가면 5만 원을 넣어주었으니 나 또한 돈을 산더미같이 불려주어 신이 난다.


10년 동안 개인택시를 하다가 아이들이 컷으니 200명의 직원이 있는 택시 회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매일 20만 원을 고스란히 회사에 입금해야 한다. 하루 종일 일하나 20만 원 벌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20만 원을 벌고 나머지 돈은 내 돈이 되는데 그 돈을 벌기 위해 일요일도 쉼이 없다. 일요일에 쉴 수 없는 이유는 그날만 회사에 20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 유혹을 거절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달에 딱 두 번을 쉬거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때가 점점 많아진다. 매일 5시간만 자고 일을 했더니 월급이 800만 원이 된다. 대기업 차장 저리가라 말하고 싶다. 내가 이 회사에서 200명 중에 제일 돈을 많이 가져간다. 어느 날 차 기름을 제일 많이 쓴다며 사장이 나를 호출한다. 최신 전기차로 바꿔주마고 제안한다. 새차라서 흔쾌히 허락하나 이놈의 차는 일이 끝나도 쉴 수가 없다. 집 앞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으니 멀리서 충전하느라 시간을 잡아먹는다. 충전하는 동안 편히 잠을 잘 수도 쉴 수도 없어서 당장 회사에 석유를 품은 20년 된 썩은 차를 요구한다. 7년 무사고이며 똥차를 몰아야 회사에 돈을 조금 낼 수 있다. 좋은 차를 몰면 회사에 내야 하는 돈이 더 늘어나니 똥차더라도 잘 관리하며 나의 밥줄이니 아끼고 애정을 담는다.


아들이 군대에 다녀와서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여준다. 1200만 원이 들어가져 있다. 요즘 군대는 이자를 많이 쳐주고 적금을 강제로 가입시켜서 제대하는 때 돈 1000만 원을 준다. 아들은 성실하여 군인이지만 휴가 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200만 원을 모아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동안 돈 쓰지 않고 모았을 기특한 아들이 대견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1200만 원은 나의 뒤통수를 아프게 한다. 이 통장에 1200만 원이 있으니 약속한 대로 고스란히 600만 원을 넣게 된다. 그래도 나는 기쁘다. 엄마 없이 자란 아이들이 돈의 소중함을 알고 쓰지 않고 모으며 나처럼 성실하게 사는 모습이 기특하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행동이라 말하고 싶다.


나의 목표는 10억이다. 하루도 안 쉬고 사는 이유는 65세가 되면 고향인 목포로 내려가 1004개가 모여 있는 섬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아늑한 곳으로 들어가 살고 싶다. 창고를 짓고 오토바이, 노래방,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혼자 죽는 날까지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돈 버는 일없이 쫘악 쉬고 싶다. 조용한 햇살 아래에서 우두커니 앉아 낚시를 하며 술 안주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사는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힘든 하루를 버티며 산다.


10억이여 어서 몸에 붙어라.

그것이 내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삶의 원칙이다.


택시 아저씨의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keyword
이전 15화[100-31]달리기하고 포인트로 아이 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