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애끼는 육아2탄(옷은 중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택도 띠지 않은 옷이 옷장에 그득하다. 아이는 엎드려 기어다니고 어느새 아장아장 걸으며 씩씩하게 뛰어다닌다. 그 옷은 입지도 못하고 아이만 쑥 자란다. 반팔은 상관없으나 긴팔에 팔뚝이 나오더라도 한번은 입혀야 하니 여기저기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한다. 그 비싼 옷을 이대로 포기해야 하다니 대략 난감이다.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을 걸어본다.
나 잘 살고 있소.
[초등학교 4학년 이야기이다. 엄마가 옷을 주며 입으란다. 학교에 갔는데 친구가 아침에 재활용통에 버린 옷이랑 똑같다며 놀린다. 그 날로 집에 가서 엄마에게 소리치고 눈물 흘리며 절대로 엄마가 주는 옷은 안 입는다며 으름장을 놓고 방에 들어가 한참을 소리 지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돈 좀 아끼려다 아이 마음에 스크래치 나는 일 없으려면 아이가 어릴 때, 멋모를 때 중고로 입혀 돈을 아끼고 살뜰히 살아야 한다. 나중에 돈 없어서 쩔쩔매며 고생하지 않으려면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욕심은 내려놓으며 주변의 신경을 끄고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제발 없으면서 척 좀 하지 말지어다.
어디 가서 중고를 찾을지 같이 손잡고 함께 가보자. 누구든 도와주는 이가 반드시 있다.
1. 남이 주는 선물
아이가 태어나면 여기저기 지인들이 선물을 준다. 그런데 집에 안 쓰거나 똑같은 제품이 있으면 괴롭다. 어찌하여 그들은 요렇게 비싼 물건을 주나 싶지만 필요 없는 물건은 빠르게 처분한다. 고맙게도 백화점 직원은 내가 갖고 싶은 것으로 교환해 준다. 조금 미안한 마음 있으나 충분히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그것을 집에 데려와 곱디고운 아이와 볼에 부비며 사용하면 된다.
2. 딸 셋 시누이
딸 셋을 둔 시누이는 미용을 전공한다. 탁월한 감각과 느낌을 가지며 옷 사기를 좋아한다. 그 아이들이 입던 옷을 그대로 가져온다. 위로 한 살 아래로 두 살 차이 나니 곱게 입고 다시 돌려준다. 좋은 옷, 비싼 옷, 색감 있는 예쁜 옷(베네통)을 주니 돌려 막고 다시 입어도 옷은 그대로 살아있다. 준 옷을 한 아름 안고 패션쇼를 시작한다. 삐딱 구두를 신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드레스를 입으며 일자로 걷는다. 내가 먼저 시범을 멋들어지게 보이면 아이들이 웃으면서 따라 한다. 입어보고 맘에 드는 옷으로 추려서 각자의 옷장에 고이 모셔둔다. 아이가 어린이집 갈 적에 패션쇼했던 옷을 들추고 맘에 드는 옷으로 직접 골라 입는다. 새 옷을 사준 적이 별로 없는데 어느 순간 아이는 패션에 눈을 뜬다. 커서는 옷 고르기 좋아한다. 큰일 났다. 어릴 때는 돈 줄 막는게 쉬웠는데 이제 줄줄 세는 일만 남았다.
아이고~이를 어쩌나.
3. 미싱 다루는 시누이
주변인들에게 안 입는 옷은 버리지 말고 나에게 달라며 신신당부한다. 그들은 늘 웃으며 옷을 나에게 순순히 건네준다.
운 좋게도 30년 경력의 나이 많은 시누이는 미싱으로 밥 먹고산다. 손에 척 붙은 실력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공장에서 남은 천으로 아이들 옷을 만든다. 만든 옷은 가져다주며 필요한 걸 이야기 하라며 따뜻한 말을 보낸다. 이런 옷, 저런 옷, 옷장에 수북한 옷을 보면 뿌듯하다. 옷 사는 시간과 고민하는 시간을 벌었으니 남은 시간은 외모를 가꾸기보다 아이 머릿속을 꽉 채울 이야기를 찾아 헤맨다. 그 당시 나에게 그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었다.
4. 아름다운 가게
그곳에 가면 아이 옷, 장난감, 신발, 수영복 등 물건이 많이 있다. 천국을 여행한다 싶으니 골라잡는다. 저렴한 옷을 잘만 고르면 대성공이다. 물건을 다시 쓰니 환경도 지키고 저렴해서 마음도 따뜻하니 좋다.
또한 집에 있는 옷 중에 쓸만한 것은 모두 가져간다. 버리기 아까운 것은 모두 챙긴다. 집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먼지만 쌓이고 쓸데없다. 연말정산으로 환급해 주니 돈도 벌게 된다. 그 돈을 모으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돈 쓰는 재미로 쪽박 차지 말고 어디서든 굴리고 버는 재미로 혼자 만의 내공을 쌓아간다.
4. 당근 마켓
어찌하여 이리 늦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의 아이들 어릴 때 있었어도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용한다. 그 속에 있는 물건들은 정말 수없이 많다. 아이 물건을 고르고 거래를 하는데 얼굴 찡그리고 감정 상하지 않으려면 한 시간을 붙잡고 씨름해야 한다.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고통을 감수한다. 가끔 시간과 공이 너무 들어가서 안타까운 현실이 괴롭지만 짠테크를 실천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짜로 얻는 행운을 누리기 위해 토끼 눈 뜨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5. 장난감 빌리기(=육아 종합지원센터)
집 근처에 생긴다. 높다란 건물 1층에 장난감이 즐비하다. 돈 주고 사지 말고 빌린다. 가까이 있으니 주말은 꼭 간다. 커다란 그네, 신기하고 아기자기한 장난감 등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가져와 집에서 한참을 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아이를 위해 간식도 주고 애정을 쏟으며 현명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엎드려 기어다니는 아이는 필요한 물건이 참 많다. 추억을 소환하여 사진 속 모습을 보면 어찌 이리 패션이 모질고 험할까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불평없이 잘 자라서 너무 고맙다. 중고는 어릴 때만 가능하니 시기가 없어지고 사라지지 않게 알차고 의미 있는 삶을 꾸려간다. 다 큰 아이가 옷 사고 싶다는데 아낀다고 청승떨지 말지어다. 아이와의 돈독한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아이가 어리면 비싼옷, 새옷 필요없다.
제발 남 눈치보며 허송세월, 돈낭비하지 말자.
그런거 없이도 아이는 쑤욱 잘 자란다.